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6년 한 여학생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던 사건은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경종을 울렸지만, 3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가 유난히 학벌에 목매는 건 달라지지 않았죠.
그런데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중 1위인데도, 대졸 청년의 취업률은 OECD 중 바닥권이라는 걸 아십니까.
대졸 청년 중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3%로 OECD 3등입니다. 한마디로 10명 중 3명은 취업준비생이고, 2명은 그냥 쉬고 있는 거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 우선 대학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 매치 가 꼽힙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일자리와 전공의 불일치율은 52.3%.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마저도 못 구하면 쉴 수밖에 없으니까요.
대학교육이 급변하는 기업의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대학 정원 규제와 대학 내 이해관계로 시장 수요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거죠.
IT 업계와 바이오 업계는 인력이 부족해 특별 보너스에 스톡옵션까지 제시하며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또 한번 뽑으면 자르기 힘든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청년 채용을 막는 걸림돌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 노동시장 경쟁력에서 141국 중 97위, 프레이저연구소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 순위에서는 165국 중 149위입니다.
과도한 대학 진학률도 문제죠. 독일은 초등학교를 마칠 때 부모님과 교사의 추천·판단으로, 우리로 치면 인문계, 혹은 직업학교, 또는 졸업 후 고등교육과 직업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진로를 가릅니다.
교육자 존 듀이는 학생들에게 이전에 가르쳤던 것을 그대로 가르친다면, 학생들의 미래를 훔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백년지대계라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과거만 계속해서 학습시키고, 또 반복시켜야 할까요. 이런 걸 바꾸는 게 바로 진짜 청년을 위한 정책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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