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대법원이 40살 차이 나는 30대 여성을 강제추행한 70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이 판단을 뒤집은 이유, 법조팀 오지예 기자와 뉴스추적해보겠습니다.
오 기자, 이 사건 내용부터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 기자 】
네, 2019년 1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이 70대 남성은 채팅어플을 통해 피해자를 알게 됐는데,
본인이 국가대표 감독 출신이라며, 당시 겨울이라 너무 추운데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모텔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 여성을 모텔에서 만나 50만원을 생활비로 쓰라며 주고는, 여성이 집에 가겠다는 거부에도, 거듭 추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 질문2 】
그런데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그리고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재판을 다시하라.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잖아요.
【 기자 】
맞습니다.
1심 같은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경찰부터 법정에서까지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런 추행 피해자라면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 그러니깐 사건 전후 피해자다움 에 주목했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가해자에게 채팅한 점, 모텔에 순순히 간 점, 또 가해자 얼굴에 묻은 화장품을 닦아준 점 등이 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무죄를 내린 겁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단이 틀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두고,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을 부정했다"며, 재판을 돌려 보냈습니다.
▶ 인터뷰(☎) : 오선희 / 변호사
- "가까운 사람이 죽더라도 우는 사람도 있고 안 우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범죄 피해를 당해도 반응이 같은 건 아니거든요."
【 질문3 】
그런데 오 기자, 어찌보면 항소심 판단이 과거 전형적인 성범죄 판결 같은데요.
【 기자 】
맞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사실 피해자 진술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보는 피해자다움 이 적잖게 잣대로 활용돼 온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3년 전, 서울대교수가 해외 학회 동행 길에 몸을 만지고 억지로 팔짱을 끼게 했다는 폭로는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고요.
▶ 인터뷰 : 성추행 피해자(지난 2019년 8월)
- "저는 이 모든 과정이 힘들어서 건강이 심하게 악화됐습니다. 아무리 독한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거의 못 자고…."
▶ 인터뷰 : A 교수 (지난 2020년 4월)
- "(혐의) 인정 못합니다. 법정에서 밝히겠습니다. 절차를 통해서 진실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1심 선고가 나왔는데, 무죄였습니다.
일부 행동이 불쾌감을 줬지만 추행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겁니다.
피해자가 2년이 지나서 고소한 점, 추행 피해 뒤 웃으며 사진 찍은 점 등도 의아하게 여겼다는 후문인데, 앞으로 재판 결과는 취재해서 보도해드리겠습니다.
【 질문4 】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이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등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계기가 됐을까요.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많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기자 】
그렇습니다.
대법원도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관행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는데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얘기를 하러 다시 찾아갔다고 해서, 피해자답지 않다고 볼 수 없고 무죄 근거도 될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고요.
성추행 상황에서 피해자가 웃음을 보였다 하더라도,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성추행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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