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 대통령에게 심각한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가까운 이들은 다 알지요. 그는 농담을 좋아했어요. 실컷 웃어놓고는 자기가 왜 웃었는지를 기억하지도 못했어요.
미국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은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슬픈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눈길을 끄는 건 아버지 부시의 장례식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오바마, 클린턴, 카터 등 민주당 출신 대통령까지 모두 참석해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고인을 기렸다는 겁니다.
미국은 전직 대통령 장례식 날엔 나라가 멈춘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 휴무일로 지정해 공공기관, 학교, 주식시장까지 모두 문을 닫고 고인을 추모합니다. 인종과 정파, 종교를 초월해 미국이 하나 되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죠. 고인의 재임 시절 잘못 때문입니다. 고인은 전두환 씨와 함께 내란죄 등으로 퇴임 후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예우와 평가에 대한 논란은 예상됐던 일입니다.
전두환 씨와는 다른 점이 있긴 하죠. 추징금을 완납했고, 아들 노재헌 씨가 수차례 5·18 민주묘지를 찾아 사죄의 뜻을 밝혔으며 부인 김옥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88년 2월 광주 망월동 이한열 열사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아쉬운 점도 큽니다. 직접 5·18에 대한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는 거죠. 생전에 명료하게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도 나서 줬더라면 그랬다면 그나마 논란은 덜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미국처럼 전 국민이 애도하는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등장할까요. 과오가 없는 대통령이 나와 장례 때문에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그런 대통령의 장례식이 언젠가는 등장할 날도 오겠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언제쯤 추모 장례식 될까 였습니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