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의 품에 포근히 안겨있는 집 한 채. 작은 공간이지만 자로 잰 듯 네모반듯하게 2층으로 올라선 자태며, 마당 한켠을 장식한 근사한 정자와 식탁. 거기다 소나무를 깎아 만든 산새며 거북이 등 장식품까지! 이 정갈한 집의 주인장은 바로 곱게 빗어 넘긴 꽁지머리에 강렬한 눈빛을 간직한 이 남자! 자연인 김석용(57세)씨다. 그가 산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7살 때부터 유리와 베란다 창문을 시공하는 일을 했다는 그. 한창 잘나가던 90년대 중반엔 한 달에 아파트 천 세대의 공사를 담당했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작업하던 중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척추부터 발목까지 모두 부스러졌다.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하반신 마비의 위험 속에 그가 다시 걸을 수 있는 확률은 50%. 그는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로 밤새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겨우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됐을 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어린 시절 마음껏 뛰놀던 산이었다. 어린 시절 나이 50이 되면 산으로 돌아오리라 다짐하며 온 산에 느티나무를 심었던 산... 꿈과 추억이 모두 담겨있는 산... 그리곤 지체 없이 도시의 삶을 접고 40년 만에 고향산천으로 돌아왔다.
매일 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 하지만 산은 그를 변화시켰다. 소나무 담쟁이, 백하수오를 달여 먹다보니 사고 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관절과 허리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 수시로 먹는 질경이차 덕분에 감기 한번 걸린 적 없단다. 또 몸의 독소를 빼주는 냉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쏟아지는 별빛을 즐기다 보니 이제야 살아가는 재미를 알게 됐다는데~
고통으로 가득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사람,
매일 걷고 또 걸으며 고향 산천에서 두 번째 삶을 그려내려가는 자연인 김석용씨의 이야기는 오는 3월 16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