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방 모녀의 작은 소원
높은 빌딩이 둘러싸고 있는 서울 동대문. 그 가운데 지붕 낮은 재개발 동네가 있습니다. 엄마 명옥(가명) 씨와 초등학생 딸 은혜(가명)도 이 동네 지하 방에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이사를 자주 다니던 모녀가 이 지하 방에 온 지도 3년이 됐습니다. 햇볕이 들지 않아 늘 어두컴컴한 작은 방. 빠듯한 형편에 서랍장 하나 사기도 힘들어 방에는 옷과 짐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천장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해, 막대기 하나로 아슬아슬하게 지탱해 놓고 살고 있습니다. 엄마와 어린 딸이 생활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환경.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더 힘이 듭니다. 욕실이 따로 없어 임시로 만든 간이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아야 합니다. 목욕은 엄두도 내지 못하니, 엄마의 한숨이 늘어만 갑니다. 또, 배수구가 없어 씻거나, 요리를 할 때면 항상 양수기로 물을 퍼 올려야 하는 탓에 집 밖은 물바다가 되고, 이웃들의 눈초리에 엄마는 요리를 놓은 지 오래입니다. 이 지하 방을 벗어나기 위해 엄마는 쉴 틈 없이 일을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이란 굴레에 막막하기만 합니다.
“ 딸이 없었으면 이런 것도 안 하는데 딸 때문에...“
5년 전부터 중학교 화장실 청소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 온 엄마 명옥 씨. 일을 할 때마다 찾아오는 허리통증에도 진통제를 먹어가며 20여 개가 넘는 화장실을 홀로 청소합니다. 고된 일에 몸이 녹초가 될 법도 한데, 명옥 씨는 휴식 시간에도 쉬지 않고 틈틈이 부업을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소득이지만, 딸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엄마는 짧은 쉬는 시간마저 딸을 위해 일을 합니다. 열여덟 살에 상경해 공장 일을 하며 살던 엄마. 남편의 폭력에 이혼하고, 어린 딸과 여관을 전전하며 지내면서도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명옥 씨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단 하나. 딸 은혜를 위해서입니다. 엄마에게 허락된 시간은 없고, 오로지 딸을 위한 시계만 움직일 뿐입니다.
“딸보고 사는 거예요. 힘들어도 옆엔 딸이 있으니까..”
오래전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딸을 키워 온 명옥 씨. 의지할 가족이 없었던 탓에 우울증이 찾아왔고 지금까지도 마음의 병은 엄마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옆에서 늘 힘이 돼주는 건,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딸 은혜입니다. 한창 옷에 관심이 많을 나이지만, 은혜는 새 옷을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웃들이 준 옷을 얻어 입히고, 항상 시장에서 저렴한 옷을 사주지만, 착한 딸 은혜는 엄마가 사준 옷을 가장 좋아합니다. 또, 어려운 형편에 급식 카드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끼니를 해결하지만, 딸은 늘 불평 없이 엄마를 먼저 챙깁니다. 딸은 엄마는 그런 딸에게 고마우면서도,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저 삼시 세끼 편하게 먹이고, 딸에게 맞는 옷 한 벌 사주는 게 소원이라는 엄마. 하지만 엄마에겐 이 소박한 바람도 이룰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 자신 곁에 있는 어린 딸을 위해서 엄마는 어두컴컴한 지하 방 너머 밝은 세상 속으로 한 발, 내디뎌 봅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쉼 없이 달리는 엄마 명옥 씨와
그런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딸 은혜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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