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은 사랑이었을까요? 죽은 나무토막 같던 홍수 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었지요. 불의의 사고로 뇌를 다쳐 전신마비가 된 남편 홍수(59, 뇌병변장애 1급)씨와 그 곁을 지키는 아내 정순(58) 씨의 이야기입니다.
각각 이혼과 사별의 상처를 안고 있던 이들은 2015년 3월, 지인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부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찾아왔는데요. 카센터에 수리를 맡기러 갔던 홍수 씨가 차에 들어간 사이 직원이 리프트를 올렸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홍수 씨는 차에서 내리며 수 미터 높이에서 그대로 낙하한 것입니다. 홍수 씨는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치명적인 뇌 손상으로 결국 전신이 마비되었습니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홍수 씨는 이제 아내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주사기로 넣어주는 음식물을 콧줄로 섭취하며, 대소변 처리도 모두 아내 손에 맡겨야 합니다. 정순 씨는 남은 생애를 맡기고자 했던 듬직한 남편이 하루아침에 중증장애인이 되어버린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마저 없다면 누가 그 이를 돌볼까. 서로밖에 없었기에 더욱 더 사랑하고 의지했던 부부의 인연은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습니다.
“ 포기 안 해요.
사랑하니까 다른 게 다 필요가 없더라고요 ”
정순 씨의 하루는 온전히 남편에게 맞춰져있는데요. 본인은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지만 남편의 건강을 위해 갖가지 채소를 갈아 넣은 죽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홍수 씨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산책을 시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목욕을 시키면서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홍수 씨에게 틈틈이 말을 걸며 애정표현을 자주 하는데요. 비록 초점 없는 두 눈에 정순 씨의 얼굴을 담을 순 없지만 홍수 씨의 두 귀에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매순간 전해지고 있습니다.
“ 힘들어요...
처음으로 남편 앞에서 그 말을 뱉어내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나 간병생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24시간 옆에서 간병하며 병원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평생 모은 돈은 모두 쓰게 되고, 빚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남편을 옮길 때마다 허리에 무리가 온 것이 문제가 되어 이제 복대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응급상황이 벌어져 구급차에 실려 가는 일도 수차례이지요. 그야말로 날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 위에 서 있는 부부의 고통을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정순 씨는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사고 전, 남편이 자신에게 주었던 사랑을 기억하며 말입니다.
“ 내일 아침에는 일어날까?
잠을 자다가도 ‘정순아’ 하며 깨어나지 않을까? “
지극정성 보살핌 때문이었을까요? 홍수 씨에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지 2년째 되는 올해 초부터, 아내의 목소리에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순 씨의 목소리를 따라 손을 마주 잡게 되고, 뽀뽀하자고 하면 입술을 내밀고, 입모양으로 '여보'를 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수고한 아내의 등을 토닥여주기도 하니 정순 씨에게는 큰 위로이자 희망이 됩니다. 정순 씨는 매일 꿈을 꿉니다. 어느 날 남편이 "정순아" "여보" 부르며 깨어나지 않을까. 함께 걷는 날을 소망하며 남편의 발에 신발을 신겨주는 아내 정순 씨. 홍수 씨가 다시 두 발로 땅에 서고, 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 날이 오겠지요.
불의의 사고로 뇌병변 1급 판정을 받고
전신마비 상태에 있는 남편 홍수 씨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아내 정순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