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엄마의 얼굴
“ 암이 얼굴 쪽으로 오면서
코가 완전히 무너져버렸어요 “
2012년, 여현정 씨에게 발생한 급성림프종. 운 좋게 남동생의 조혈모를 이식받아 목숨은 구할 수 있었지만, 코 쪽에 암세포가 생겼고 그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얼굴 쪽으로 방사선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피부와 얼굴 골격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 과정에서 체력과 면역력이 신생아 수준으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코까지 무너져 버려 지금은 코를 다시 세우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아픈 아내와 어린 다섯 아이를 돌보는 건 남편 배원경 씨의 몫이다.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고,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까지 다 하다 보면 하루가 한 시간처럼 지나가기 일쑤다. 그 과정에서 다니던 직장에서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일을 그만둔 채 현재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 엄마가 아픈 게
다 나 때문인 것 같아요“
이처럼 평소에는 원경 씨가 대부분의 집안일과 아내 병수발을 도맡아서 하지만, 원경 씨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나가면 큰딸 버들이가 집안의 모든 일을 책임진다. 아침에 동생들을 깨우고, 식사를 챙기고 씻기는 것까지 모두 버들이의 몫이다.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임에도 버들이의 우선순위는 늘 가족이다.
아픈 엄마를 볼 때마다 엄마가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아프게 된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하는데, 그래서 버들이는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에 더 열심이다. 그런 버들이를 볼 때마다 현정 씨와 원경 씨는 고마우면서도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책임을 떠넘긴 것 같아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나 현정 씨도 약해진 체력으로 인해 예전만큼 아이들을 챙겨줄 수 없고, 원경 씨도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버들이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 아내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현정 씨는 원래 아이들도 세세하게 잘 살피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프기 시작하면서 성격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아프기 전에는 바깥 외출도 많이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났는데 아프고 나서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지 먼 거리의 바깥 외출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원경 씨는 아내의 무너진 코만이라도 재건성형을 통해 고쳐주어 예전처럼 마음껏 밖을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은데, 아내의 약해진 체력 때문에 수술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원경 씨는 오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내가 잃어버린 과거의 얼굴을 되찾아 다시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혈액암 투병 이후
이전의 외모와
건강을 모두 잃어버린 엄마와
그런 엄마를 지키는
가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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