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괜찮아
“(동생은) 제 손발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예요.
얘가 좀 아프다고 그러고 있으면 불안하고 속상하고 힘들고 그래요“
강원도 원주 위치한 한 임대아파트. 이곳에는 병마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두 자매가 있습니다. 하루에 네 번, 6시간마다 배에 삽입된 호스를 통해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사효진(36세, 콩팥장애2급 및 시각장애5급)씨. 그리고 그녀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동생 사혜진(35세, 당뇨 및 류마티스관절염, 협심증)씨 가정입니다. 언니 효진 씨는 어릴 적부터 소아 당뇨를 앓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집안 사정으로 초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그녀. 결국 당뇨 합병증까지 얻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한쪽 신장은 아예 망가진 상태고, 나머지 신장 하나도 10% 기능만 갖고 있습니다. 또한 시력도 오른쪽은 아예 상실했고, 나머지 왼쪽은 형체만 희미하게 보일 뿐인데요.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는 늘 동생 혜진 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혜진 씨 역시 당뇨로 인해 관절 류머티즘과 협심증까지 앓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보다는 아픈 언니를 우선시 생각하는 천사표 혜진 씹니다.
“지금 소원은 제가 아무것도 안 보고 그냥 죽어 없어지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사이좋은 자매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습니다. 집안의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위암 선고를 받은 것이죠. 아버지 사규홍(70세, 청각장애5급 및 위암수술)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젊어서부터 공사장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공사장의 소음 탓에 점점 청각을 잃게 되면서 지금은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복통으로 찾은 병원에서 위암진단을 받게 되었는데요. 한시가 급했던 수술이지만 아버지는 병원비 걱정에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딸들의 간곡한 부탁과 설득 끝에 결국 무사히 수술은 마쳤지만 마취에서 깨어나 처음 내뱉은 말은 자신의 수술 결과가 아닌 딸들의 건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딸들에게 아픈 자신까지 짐이 되는 것 같아 아버지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이런 남편과 딸들을 보살피는 엄마 이영애(59세, 고혈압)씨. 그녀의 몸도 고혈압으로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족 중에 그나마 건강한 몸이라 일을 하고 싶지만 언제 저혈당 쇼크로 쓰러질지 모르는 딸들과 위암 수술 후 옆에서 간병을 해줘야 하는 남편이 있어 그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저는 아파도 상관없어요. 저희 언니가 더 힘들잖아요.
저는 힘들지 않아요.”
지금 자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병원비와 약값입니다. 그 중에서도 복막 투석은 효진씨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지만 투석을 하는데 필요한 물품 값만도 한 달에 20만원이 넘습니다. 정부보조금을 받아 살아가는 이들에게 20만원은 너무도 큰돈인데요. 아껴서 생활한다고 하지만 월세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동생 혜진 씨는 관절 류머티즘과 협심증까지 갖고 있지만 좀처럼 병원에 가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돈이 들기 때문이라는데요. 언니에게 들어가는 치료비도 만만치 않은데 자신까지 병원을 다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손가락뼈가 부러지고 아리는 고통이 찾아와도 그냥 참는다는 혜진 씨. 이렇듯 늘 희생만 하는 동생에게 효진씨는 한없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병마에 지치고 사는 게 너무나 힘들어도, 이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갑니다. 아픈 몸이더라도 서로가 곁에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는 자매. 효진 씨와 혜진 씨의 소원은 아주 평범합니다. 내일도 아닌 오늘만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게 해달라는 이들의 소박한 바람, 이들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당뇨합병증으로 하루에 4번 복막투석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효진 씨와
그녀의 곁에서 눈과 다리가 되어 주는 동생 혜진 씨.
그리고 위암수술을 받은 청각장애 아버지까지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