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손녀를 위한 노부부의 소원
금천구 반지하 방에 사는 강태호(72), 이순희(67) 부부와 손녀 강송희(11).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할아버지와 할머니 곁을 떠나본 적 없는 송희에게 노부부는 부모님이자 소중한 가족입니다. 어릴 적 사고를 당해 발이 좋지 않아도 열심히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와 어려워진 경기로 일거리가 줄어 힘들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할머니. 또래와는 달리 일찍 철이 든 송희는 할아버지와 함께 폐지를 줍거나, 학교 다녀오는 길에 먼저 박스를 주워오기도 합니다. 그런 송희를 보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구김살 없이 잘 자라준 손녀가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다는데요. 노부부에게 삶의 이유이자 하나뿐인 손녀, 송희를 위해 오늘도 힘을 내 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 같아요”
태어난 지 20일 만에 노부부의 품으로 온 송희. 평생 부모 속 썩이는 일이 없던 딸이 간암으로 7년간의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핏덩어리였던 송희를 애지중지 정성으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딸을 지켜주다 보니 남은 것은 고스란히 노부부가 갚아야 할 빚이 되었는데요. 딸의 병원비로 진 빚과 세 식구의 생활비, 앞으로 자라날 송희의 양육비까지 매일이 빠듯한 상황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한 돈은 벌어도 벌어도 제자리.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만 같습니다.
“힘이 닿는 데까지는 뭐라도 해야죠.”
태호 씨는 어렸을 적 화물트럭에 발등이 깔린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다리가 성치 않은데요. 날이 갈수록 오래 서 있거나 걷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폐지를 주우러 나가는 태호 씨는 가족들 생각에 손에서 일을 내려놓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추위와 더위를 이겨가며 폐지를 주워도 수입은 한 달에 15만 원 남짓. 늘 빠듯한 생계 탓에 순희 씨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는데요. 일주일에 나흘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에 보태고 있습니다. 일하며 생긴목디스크로 인한 약과 파스는 이제 순희 씨에게 익숙합니다. 앞으로 커가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아질 송희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인데요. 아직 멀었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는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태호 씨와 순희 씨는 손녀를 위해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일찍 어른이 되었어요.”
11살이 된 지금까지 용돈 달라는 말 한 번을 없이 자랐다는 송희는 또래와는 달리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폐지를 주우러 나가면 같이 가서 줍고는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태호 씨는 다른 사람들이 욕할지도 모른다며 줍지 말라고 말려보지만, 송희는 “할아버지 도와드리는데 누가 욕을 해요”라고 말하며 따라나섭니다. 태호 씨는 그런 손녀를 볼 때마다 기특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천구의 작은 지하 방이 송희에게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비싼 서울 집값에 이사는 엄두도 못 내는데요. 손녀에게 마음 편히 해주고 싶은 것을 다 해주고 싶다는 노부부는 작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거리로 나섭니다.
손녀를 위해 뭐든 지 해주고 싶은 노부부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일찍 철이 든 손녀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세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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