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버팀목, 두 아들
부모가 어린 새끼들을 위해 밤낮으로 벌레를 잡아다 먹이고, 훗날 이 새끼들이 다 자라면 반대로 부모를 둥지에 앉혀 놓고 부양하는 새가 있습니다. 바로 효조(孝鳥)라고 불리는 까마귀입니다.
여러 합병증으로 힘겨워하는 아빠 김영석(66), 엄마 김정옥(59) 씨를 밤낮으로 돌보는 두 아들, 첫째 김우연(26) 씨와 둘째 김우창(19) 군도 효조(孝鳥)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인데요.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아빠. 그리고 6개월 전, 역시 같은 병으로 쓰러져 보행과 언어장애까지 갖게 된 엄마를 돌보기 위해 두 아들이 나선 겁니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일들은 잠시 접어두고 오롯이 부모를 돌보는 두 아들과 자식들 생각에 늘 미안함을 안고 사는 부모. 서로만 생각하는 이 가족에게도 밝은 내일이 찾아올까요?
“최근에 또 재발해서 아예 회복이 안 될 만큼 안 좋아지셨어요.”
가족의 불행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른 새벽부터 공사장에서 일하며 궂은일을 하던 아빠 영석 씨. 그날도 평상시처럼 일을 마친 뒤 음료수를 한잔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왼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진 겁니다.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빠 대신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져야 했던 엄마.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남의 식당에서 일하는 틈틈이 전단지를 돌리고, 버스비도 아끼기 위해 걸어 다녔던 그녀. 미처 자신을 돌볼 새 없던 엄마도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그러나 빠듯한 형편에 입원은 사치라고 여겼던 엄마. 더 큰 병이 올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하고 맙니다. 그 결과 10년이 지난 작년 12월 새벽, 또다시 쓰러진 엄마. 하지만 이번엔 회복을 바라기 힘들 만큼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혼자서는 자리에 서거나 걸을 수도 없고, 매일 먹어야 하는 누룽지와 알약도 삼키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엄마 정옥 씨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 건 두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바로 언어장애까지 온 것이죠.
가족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큰아들 우연 씨가 생계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자니,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돌볼 수 없어서 고민하던 그. 결국 안정적인 직업 대신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선택했습니다. 그가 집을 비우는 늦은 오후부터 자정까지는 동생 우창 군이 부모님을 돌보기로 하고 말이죠.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아르바이트하다 보니, 그가 받는 돈은 한 달에 80만 원 남짓. 이 돈으로 네 식구가 생활하고, 부모님의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동생에게 용돈까지 주고 나면 그가 쓸 수 있는 돈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비록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없지만, 아픈 부모님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웃어 보이는 우연 씨입니다. 그런 효심은 동생 우창 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군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내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입대해야 합니다. 대학 입학 대신 입대라니, 속상할 만도 하지만 우창 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 더 빨리 입대해서 그곳에서 받는 적은 월급이나마 부모님의 치료비에 보태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형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 군특성화고등학교 :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주관하여 군인을 희망하는 예비 고등학생들을 모집하여 대한민국 국군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학교.
“하루빨리 나아서 아들 고생 안 시키고 싶어요.”
한창 연애하고 공부해야 할 나이지만 아픈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꿈을 잠시 접은 두 아들.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두 아들과 달리 영석 씨와 정옥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오랜 가난과 그칠 줄 모르는 병마 앞에서 힘들어하는 가족. 이들이 바라는 건 단 한 가지입니다. 부모의 소원은 두 아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본인들이 다시 건강해지는 것이고, 두 아들의 바람은 부모님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는 겁니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살아가는 가족.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본인이 짐이라고 여기는 아픈 부모와
힘든 내색 없이 부모님을 돌보는 두 아들.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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