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집, 새 인생을 꿈꾸는 사나이
충청북도 충주시 한 마을. 동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집이 있습니다. “장판도 벽지도 없는 집이에요”, “신발을 벗고 관에 들어가 관 뚜껑을 닫고 자는 사람이에요”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아주 열악한 집안에서 관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중년 남성이 있다는 건데요. 해가 저물고 나서야 저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는 윤병근(44) 씨.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뒤를 따라 들어가 보니 그의 집안 풍경은 폐가와 다름없었는데요. 이내 피곤하다는 병근 씨는 동네 주민들의 말처럼, 사람이 죽은 후에나 들어갈 법한 관에 들어가 뚜껑을 닫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병근 씨가 이렇게 생활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한겨울에 추위를 피하려고 이 관을 만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만난 병근 씨는 관 뚜껑을 열고 나오는데요. 그가 나온 관 안에는 이불도 없고 전기장판만 있을 뿐입니다. 난방조차 되지 않는 집안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한 병근 씨의 생존비법이 바로 이 관에 있는 건데요. 병근 씨는 한겨울을 나기 위해 집 근처에서 장롱을 주워왔고 그 합판으로 자신의 키 만한 관을 만들고 바람을 막아줄 뚜껑을 제작해냈습니다. 나름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병근 씨만의 침대지만, 결국 난방도, 도배장판도 안 되어 있는 고향집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병근 씨인데요. 병근 씨는 아주 힘들었던 순간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고향 집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대로 이 집을 찾았다고 합니다.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20년 넘게 비워둔 고향 집으로 왔죠“
고향을 떠나 18년 동안 공장에서 기숙 생활을 했다는 병근 씨. 원래도 시각 장애가 있었지만, 그리 심하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유전질환이었던 망막색소변성증이 더욱 심해지게 되었고, 결국 병근 씨는 공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향에 내려온 병근 씨는 현재 시야 각도가 10도밖에 확보되지 않아 정면의 중심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병근 씨는 고향에 내려온 후 만난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오랜 시간 공장에서 생활해 바깥 생활에 익숙지 않았던 병근 씨는 사람들을 믿고 돈을 빌려준 뒤 2억이란 큰돈을 지금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사는 게 소원이에요“
하지만 병근 씨는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새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병근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아동용 자전거를 타고 동네 기차역으로 향하는데요. 동네 미용실 원장님 덕분에 장애인 참여형 일자리를 소개받고 역 근처 쓰레기를 줍는다는 병근 씨는 수입은 적지만, 오늘 하루도 땀 흘려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게다가 병근 씨는 안마사라는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는데요. 평소 이웃에 사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어깨 안마를 해드린다는 병근 씨는 앞으로 시각장애 학교를 다니고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해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의 현실은 캄캄하지만, 안마사가 되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병근 씨. 그 소원처럼 병근 씨가 하루빨리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점점 진행되는 시각 장애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새 인생을 살아가려는 병근 씨의
소중한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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