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깊고 무거운 한숨
살다 보면 이따금 하루가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유독 그날이 고되었던 탓일 수도 있고, 어쩌면 걱정이나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희망을 간직한 채 내일을 맞이합니다. 이번 소나무에서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매 순간 벅찬 오늘을 맞이하고 있지만, 결코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제는 꿈이 되어버린 3년 전 그날”
홍근영(49) 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오이 농사를 하며 남편 오제철(58) 씨, 아들 오운학(19) 씨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일을 하며 원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원인 모를 부작용으로 인해 남편에게 하반신 마비가 오면서 일상이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기관절개술을 한 탓에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위루관을 통해 식사해야 하는 제철 씨. 설상가상 뇌전증을 앓던 아들마저 간암 3~4기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근영 씨는 하루아침에 암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15년간 남편과 함께했던 오이 농사도 혼자서는 도무지 해낼 수 없어 규모를 ⅓ 가까이 줄였습니다. 월마다 나가는 병원비는 200만 원 남짓. 벌이는 점점 줄어드는데 나가야 할 돈은 계속 불어나자, 근영 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하게 대출을 받고자 했지만, 받았던 전화가 금융사기라는 것을 안 것은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아픈 가족들과 쌓여가는 빚 속에서 근영 씨는 깊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의 연속”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삶은 이어집니다. 근영 씨는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다시금 일어나기를 택했습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찍부터 농장에 가 일을 하고, 틈틈이 집에 들러 남편과 아들을 정성스럽게 보살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장기간 누워있었던 탓에 생긴 남편의 욕창도 이젠 거의 아물었습니다. 아들 또한 엄마 근영 씨를 보며 힘을 얻어, 장애인 농구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운학 씨는 아직 몸이 성치 않지만, 엄마의 근심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늘 그런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근영 씨. 마음 같아서는 고생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실 근영 씨도 목과 어깨의 통증으로 인해 혼자 모든 일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상태입니다.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
아무리 일을 해도 연체된 병원비와 관리비는 무거운 짐이 되어 여전히 이들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헤어 나오고자 애를 써봐도 끊임없는 수렁에 빠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근영 씨는,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벅찰지라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근영 씨가 가족을 향해 품은 애정이 남편과 아들뿐만이 아니라 근영 씨까지 살게 한 겁니다.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힘든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서는 아들과 시름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근영 씨. 언제쯤이면 그녀가 괴로운 한숨을 덜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아픈 몸을 이끌고 남편과 아들을 보살피는 엄마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