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김주하의 '그런데'] 공짜 수술에 펑펑
방송 2022.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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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 동갑내기인 두 거장은 같은 병으로 힘들어하다가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바흐는 이 수술을 받고 석 달만 세상을 떠났고, 9년 뒤엔 헨델도 이 수술 합병증으로 숨졌습니다. 무슨 병이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백내장 입니다.

270년 전엔 고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손쉽게 치료되는 질환이 됐죠. 마치 카메라의 렌즈를 바꾸듯 혼탁한 수정체를 빼내고 새 걸 넣으면 되거든요. 수술 시간도 20분 정도라 동네병원에서도 많이들 합니다. 많게는 1,600만 원까지 나오는 수술비도 실손보험 덕에 거의 부담이 없게 됐죠.

2016년 한 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은 779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조 1,500억 원, 그야말로 붐을 이뤘습니다.


노안을 교정해준다면서 멀쩡한 수정체를 잘라내고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을 마치 백내장 수술인 척한 건데, 오죽하면 백내장이 아니라 생내장 수술이란 말까지 나왔을까요.

이렇게 실손보험을 악용한 과잉진료나 허위진단이 잇따르며 말뿐인 백내장 수술은 의료비리의 끝판왕이란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지난 4월 백내장 실손보험금의 지급 기준을 강화했고, 그러자 지난 3월 9,343건에 달했던 백내장 수술은 7월 95%나 급감했습니다. 수술비를 올렸던 다초점렌즈 가격도 이 기간 500만 원대에서 300만 원대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국민들 눈이 건강하진 걸까요.

백내장 수술만이 아닙니다. 도수치료와 갑상샘질환은 백내장과 함께 실손 적자의 3대 주범으로 꼽힙니다. 또 건조증·아토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일부 피부과 시술도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으로 보험 청구가 늘고 있기에, 제2의 백내장 사태가 터질 것이란 얘기가 의료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앞이 안 보이는 아버지를 둔 심청이가 울고 갈 백내장 수술, 적어도 심청이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오늘날의 심청이들은 내 시력 좀 올리겠다고, 우리 부모님 시력 좀 올려보겠다고 남의 보험료를 올리고 있죠. 심청이 볼 낯이 없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공짜 수술에 펑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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