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김주하의 '그런데'] 단식의 정치학
방송 2021.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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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인 1983년 5월 18일,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론 통제 전면 해제, 정치범 석방 등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단식에 돌입합니다. 단식이 일주일을 넘어서자 전두환 정권은 강제로 입원을 시키죠. 하지만 병원에서도 단식은 23일간이나 지속되고, 결국 이 단식은 민주화 투쟁의 기폭제가 됩니다. 이렇듯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정치인의 단식은 강력한 투쟁 수단이 됐었죠.

문민정부 이후에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 수많은 정치인들의 단식이 줄을 이었고, 생존권 사수 와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는 노조원들도 수시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회적 약자인 노조원들은 권리 쟁취를 위해 단식이라는 무기를 꺼내 드는 거죠.

그런데,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단식을 시작했죠,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하는 건 워낙 이례적인 일이니까요.

외주업체로 구성된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파업 농성 중이고, 공단 정규직 노조는 직영화에 반대하는 노노 갈등 상황에서, 김 이사장이 파업 철회와 대화 참여를 요구하며 단식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하지만 문재인 헬스케어의 설계자인 김 이사장의 단식에 노조들은 노련한 정치인의 책임 회피 쇼 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보공단의 노노 갈등이 대화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지, 제2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로 발전할지는 김 이사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건데, 본인이 왜 결단이 아닌 단식을 하느냐 이겁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단식 광대 에서 주인공은 단식 쇼로 인기를 누리지만, 시대가 변해 더 이상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쓸쓸히 최후를 맞이합니다.

목숨을 건 단식이 조롱과 희화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순진한 기대일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단식의 정치학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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