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기간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청사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정치권도 이 사태의 후폭풍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이 문제 논의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채동욱 총장이 사의표명을 하고 떠났습니다. 개인적 판단이니까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민주당 쪽의 해석은 뭡니까?
-개인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검찰총장이라고 하는 건 국가기관이죠. 그리고 검찰청의 수뇌이고. 사실 그동안 정치권은 여야 없이 검찰 개혁과 중수부 폐지를 외쳐왔고요. 거기에 가장 알맞은 검찰총장감이라고 얘기된 사람이 채동욱 검찰총장이었고요.
▶ 민주당에서도 임명할 때 반대 안했죠?
-그럼요. 그리고 반대하고 말고를 떠나서 문제가 있다면 지적해야 하는데 저희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다른 여타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고요. 검찰 내부의 검사들이 가장 검찰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역량과 신망, 능력을 있는 분이라는 얘기가 검찰내부에서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에 여야 모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했죠. 국가의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하는 일이 사실 엄청 많았잖아요. 국정원장이 기소되는 일이 생겼고 전 서울경찰청장이 기소되는 일이 생겼고 이것으로 인해서 대선 불법 개입이라는 재판과 국정조사가 이뤄지고. 이럴 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곽상도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은 뭐하는 거야, 검찰 뭐하는 거야’ 이러면서 계속 사실 압박을 넣었다고 하는 보도가 많이 나왔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곽상도 민정수석은 사퇴하고. 이럴 때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잘해주고 있구나.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고 지지를 받고 있었고.
얼마 전까진 전두환 추징금도 잘 추징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사실 전 대통령이고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서 청와대에 불만의 목소리가 아주 많았다고 해요. 그렇지만 16년 만에 잘 이뤄내고 있었고. 지금 검찰이 흔들림 없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검찰총장의 사퇴라고 하는 것은 저희들에게 ‘심각한 상황이다. 권력의 암투는 아닌가. 권력으로 검찰총장 흔들기, 검찰 길들이기는 아닌가.’ 이런 우려를 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 서 의원님께서는 법사위원이시잖아요. 채 총장의 사의표명을 사전에 미리 보고 받으셨는지요?
-법사위원장이면 보고받았다고 하던가요? 저희는 전혀 보고받거나 그러지 못했고요.
▶ 장관의 감찰지시도 사전에 전혀 못 들으셨고요?
-전혀 보고받지 못했죠. 장관의 검찰총장 감찰 지시를 저희에게 보고했으면 역사상 초유의 일인데. 그리고 검찰총장을 감찰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법과 원칙에 어긋나게 할 때도 아니고 다른 비리가 밝혀진 것도 아니고 얘기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감찰지시라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있는 일인데 어떻게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요. 사실 어제까지 검찰이 중심을 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채동욱 청장 왈 언론에 정정보도 내고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고 적극적으로 유전자 검사도 받겠다고 하고. 저는 사실 그것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은 사생활적인 것이라서 수면 아래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결과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검찰이 든든하게 가겠구나, 자기 일을 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감찰지시가 내려오고 거기에 대해서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에 대해 저는 유감스럽습니다. 저는 사퇴하지 않기를 바랐고요.
▶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정원 배후설을 주장하고 싶어요. 혹시 서 의원님도 박지원 의원의 배후설에 공감하십니까?
-조금 전에도 다른 분들이 얘기하던데요. 국정원 배후설 이런 얘기는 우선 처음 기사가 나왔을 때 기자가 쓴 거 아니에요? 기자가 썼는데 다른 언론사가 그 기사를 보니 당황스럽잖아요. ‘도대체 이 기사가 어떻게 나온 거야?’ 그쪽에 물어봤다는 거예요. 물어봤더니 그쪽에서 토스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언론 쪽에서 나오기 시작한 측면도 있어요. 그래서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그 이야기는 많이 돌았고요. 그 다음에 우리가 국정원 배후설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자나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정보, 수사 아니면 볼 수 없는 정보. 이것이 언론에 전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것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
▶ 언론은 어떻게 그 정보를 얻었느냐?
-그렇죠. 개인 정보 비밀 보호법에 의해서 낼 수도 없고요.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그것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요. 학교에 소문이 파다했다고 그랬으면 검찰총장이 되기 전에 인사검증 시스템에서 충분히 그것을 검증해서 이런 것이 있으니 검증에 올리지 말았어야 되겠죠. 인사청문회 때 그렇게 소문이 파다했다면. 그런 것이 아니다. 제가 보기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배후설이라는 게 고급 정보, 개인 신상정보를 어떻게 조선일보가 알았겠느냐는 추측에 근거하고 있잖아요. 그것 말곤 배후설을 주장할 만한 증거는 없잖아요?
-우선 설은 설이니까요. 배후설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이냐. 개인의 비밀 사안, 그리고 이것은 법으로 보장되게 되어 있단 말이에요. 이것이 흘러나왔고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을 때 언론이 ‘이것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받았다’고 내 놓는다면 무리가 없겠죠. 언론계에서 정보가 어떻게 입수되었느냐 라고 할 때 언론인들끼리는 그렇게 얘기가 되어 있고. 지금도 가장 최근의 정보에 의하면 언론인들 간에는 검찰총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쯤은 언론인들도 혼외자식이라고 하는 정보는 무근인 것 같다. 그렇게 얘기가 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언론이 밝혀주어야죠. 개인의 비밀정보는 보호되어야죠. 그리고 출입국 기록은 사실 저희 법사위원들도 볼 수 없습니다. 내 출입국 기록을 누가 봤는지도 볼 수 없습니다.
▶ 앞서 출연했던 전옥현 전 국정원 차장은 '국정원이 공작을 해서 누구를 쫓아낼 수준 낮은 기관이 아니고 그런 일을 할 때가 아니다. 너무 우리나라 수준을 후진적으로 보는 것이다. 배후설 자체를 믿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가셨어요.
-정말 바라는 일입니다. 국정원에 합격하려면 얼마나 실력을 갖춰야 되는 지 아시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가서 지난겨울 댓글을 썼다는 거 아닙니까. 실제로 아는 국정원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그리고 정보위에서도 보고하는 것이 ‘오늘은 신림역에서 내려 댓글을 쓰고 그 다음 전철을 타고 건대 역에 내려서 댓글을 쓰고. 댓글을 써서 여론을 조성하고 조작하고. 국정원 직원으로서 저는 자부심이 없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설이 왜 나와야 합니까? 국정원이 흘렸다, 국정원 제보설이 나와서도 안 됩니다. 국정원은 더 이상 국내 정치와 국내 상황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도마에 올라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국정원은 자신의 역할을 규정지어야 합니다. 국정원은 대북문제.. 김정일이 죽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몰랐어요. 국정원이 그 정도는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북핵이 개발되었을 때 알아주는 게 국정원의 일 아닙니까? 아무도 몰랐어요. 그 사이에 국정원이 댓글이나 쓰고 있고 아니면 이렇게 도마 위에 오르고. 국정원 스스로 바뀌어야 되고 이것을 개혁하자고 민주당이 장외까지 나갔는데요. 장외까지 나가지 않고 개혁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대통령이 이 부분을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법사위원으로서 채 총장의 사퇴, 그 이후에 검찰 내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움직여야 된다고 보십니까?
-채 총장은 절대 사퇴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리고 사퇴하고 싶지도 않죠. 밀리듯이 사퇴해선 안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하죠. 끝까지 싸워보지. 왜 사퇴해. ‘나는 검찰의 수장입니다. 언론에서 매일 나와 관련한 보도가 나올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 하나 희생하고 검찰을 바로 잡아 세울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죠. 제가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법사위 위원들과 검찰총장,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저녁을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상견례를 하는 거죠. 그때 검찰총장이 인사청문회 바로 직후니까 제가 생생하게 기억하는데요. 제가 야당법사위원이니까 그렇게 얘기 했죠 ‘국민을 위한 검찰총장 되는 거죠?’ 채 총장에게 지나가듯이 물었습니다. 채 총장이 이렇게 대답 합니다. ‘의원님,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사실은 온 몸에 전율이 왔는데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청와대와 조율도 하겠죠. 그렇지만 독립기관입니다. 우리가 검찰이 제대로 서야 된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도 흔들리지 말고 캐야 된다, 라고 하는 것에 힘을 주었던 겁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단호하게 가고 싶었는데 흔들리는 이 시점에서.. 검찰 총장도 그렇게 단호했는데 흔들린다면 밑에 있는 검사들은 이 시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권력의 눈치를 어찌 안 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언론의 눈치를 어찌 안 볼 수 있겠습니까?
▶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것을 포함해서 이런 수사들이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저는 큰 영향이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을 기소하고 공소장이 나왔을 때 새누리당에서 이런 공소장은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국정 조사할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변호사를 하듯이 변론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재판중이지 않습니까? 재판 중에 속속들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의원들과 김용판, 원세훈 쪽이 연결되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조사가 끝난 직후에 KBS에서는 이런 댓글 팀이 12개나 더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검찰에서 더 이상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는데 위축되지 않을까. 저는 역사를 다시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후에 검찰은 더 이상 자료 내놓지 말라고 하는 암시가 아닐까.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석기 사건도 마찬가지로 이제 국정원에서 검찰로 넘어올 텐데 이것을 제대로 수사하는데 힘을 가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가 들기 시작합니다.
▶ 야당 법사위에서는 권력의 음모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이것이 나중에 국정조사 내지는 특검, 청문회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까?
-과정은 국민의 여론이 같이 해줄 때입니다. 이것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한지는 이런 것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될 때 된다고 생각하고요.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 시절에 왜 채동욱 검찰총장인가 라고 할 때 밑에 있는 검사들이 모두 다 그를 원했습니다. 이런 것처럼 검찰의 동요를 막기 위한 채동욱 총장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