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찾은 진정한 안식
자연인 도석생
한여름의 뜨거웠던 열기 대신 어느덧 선선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한 산골. 시원해진 산바람을 친구삼아 자연인을 찾아 해맨지 몇 시간 째. 웬 경고문 하나가 개그맨 이승윤 앞에 나타났는데 허술하게 막아둔 문에 쓰인 글씨는 바로 ‘개조심’, 승윤은 사나운 개를 각오하며 조심스레 올라가 보는데... 그를 맞이한 건 뜻밖의 귀여운 강아지들, 그리고 간만에 낯선 이의 방문이 반가운지 버선발로 나와 승윤과 제작진을 맞아주는 남자. 그가 바로 106번째 주인공 자연인 도석생(55)씨다.
그가 이곳에 터를 잡은 지는 올해로 10년째. 처음에는 지붕도 없이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텐트만 하나 두고 잠을 청하고, 5년 동안은 전기도 들어오질 않아 호롱불로 밤을 지새우며 지금의 집을 지었다는데, 이토록 인적 드문 산골에 홀로 들어오길 자처한 그의 사연은 무엇일까?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공부보다는 돈을 먼저 벌어야 했던 그. 어려운 환경에도 열심히 공부하며 스무 살 무렵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지만, 작은 아버지의 정치색이 결격사유가 되어 생각지 못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고기잡이배까지 타며 방황하다가 결국 어머니와 고향 땅에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은 자연인. 그렇게 삶이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얼마 후 우루과이라운드를 반대하는 농민 운동에 앞장섰다가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게 된다. 옳은 일에 앞장서려 노력했지만 세상은 그의 생각과는 달리 약자들이 넘을 수 없는 벽들로 가득했다고. 그리고 그때 찾아온 한 여자와의 만남... 이 또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결혼까지 생각하며 사랑했던 여자. 하지만 대학교육까지 시킨 딸을 가난한 농부에게 내어주기란 만무했고, 두 사람은 집안의 심한 반대로 헤어지게 되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모아둔 돈으로 염소를 먹이기로 했으나, 참으로 인생은 가혹했다. 염소를 먹인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멧돼지를 잡으려고 풀어둔 사냥꾼의 개에게 염소가 물어 뜯겨 절반 이상이 죽게 된 것. 설상가상으로 그 일로 술을 마시다 싸움이 커져, 결국 죗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까지 겪게 되었다.
자신의 삶에 충실했지만, 남은 건 상처뿐이었던 삶.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에 지친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자연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반겨주고 웃어주는 것 같다는 자연, 이곳에서 보낸 10년. 도피처로 선택했던 자연은 서서히 안식처가 되어갔고, 이제 그는 과거를 담담히 얘기할 정도로 상처를 치유받게 되었다.
자신 때문에 힘들었을 가족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약초공부를 많이 했다는 그는 약초만큼은 전문가 수준이다. 또 취미로 나무와 돌을 조각하며 즐거움을 찾기도 하고, ‘부자 친구’가 줬다는 골프채로 골프와 활쏘기도 즐기는 산중의 삶. 비록 모든 게 주먹구구식으로 흉내만 내는 수준이지만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결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도망치듯 들어왔지만, 그에게 진정한 안식처가 되어준 자연.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이제 그는 반성도 하고 자신을 위로할 줄도 안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산에서 치유의 힘을 얻은 자연인 도석생 씨. 그의 가슴 찡한 이야기는 오는 17일 밤 9시 50분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스트리밍으로 지원됩니다. (다운로드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