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카리스마로 산골을 주름잡은 한 남자가 있다. 화려한 두건 둘러 매고 긴 머리 휘날리며 통나무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 괴력의 소유자, 자연인 김정환(55세) 씨. 하지만,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얼어붙었던 긴장감은 단숨에 녹아내린다. 털털한 웃음과 여유가 묻어나는 사투리, 알고 보면 세심하고 마음 따뜻한 충청도 남자! 그가 살 곳을 찾아 2년간 전국을 헤매고, 그 끝에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땅에 닿기까지 산골 살이를 그토록 간절히 바란 이유는 무엇일까.
30대 초반, 아는 사람으로부터 술집을 인수해 장사의 길로 들어선 자연인. 지금과는 달리 마른 체격 때문에 건달들에게 돈을 뺏기기 일쑤였던 그는 왜소하고, 시골내기라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독해져야만 했다. 낮에는 헬스장에서 몸을 키우고 밤에는 사업을 늘리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산 결과 장사는 잘됐고, 많은 돈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 믿은 순수함이 탈이었을까. 20억 원을 빌려주곤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된 것. 가게는 경매로 넘어갔고 삶에 대한 의욕도 사라져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로 몸에도 이상이 생겼고, 결국 전립선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남은 건 상처 입은 몸과 마음뿐, 그는 더는 치열하지 않기로 마음먹고는 산으로 향했다.
지붕과 뼈대만 남은 채 오랜 세월 방치됐던 산속의 빈집을 하나부터 열까지 손보고는 그만의 아늑한 보금자리로 변신시켰다. 연기가 차고 재가 날리는 아궁이를 없애 웃풍을 막을 난로를 만들고, 높이를 낮춘 마루 밑에는 솔잎을 넣어 숲속의 상쾌한 향기를 담아 두었다. 어디 그뿐일까. 주기적으로 옮길 수 있는 이동식 염소 집과 가스레인지를 연상시키는 3구 화로까지 곳곳엔 그의 뛰어난 손재주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도시에서는 꿈도 못 꿨을 여유와 자유는 산골에서 매 순간 그에게 행복으로 다가온다. 아침마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로 세수를 하며 기운을 북돋고, 염소에게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는 낭만까지. 또 젊었을 적 매일같이 생활화한 운동은 산행으로 그 습관이 이어지고 있다. 정력에 좋은 새삼씨(토사자)와 상황버섯 등을 챙기는가 하면 두충나무와 꾸지뽕나무 등을 차로 마시며 건강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는데...
한때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였던 한 남자가 건네는 삶의 위로! 거친 인생을 접고 매일 새롭고 소중한 날들을 살아가는 자연인 김정환 씨의 이야기는 1월 23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