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의 내 세상!
자연인 정덕상
한겨울의 찬바람이 드리운 어느 산속, 언덕 위에 놓인 폐유람선 한 척과 마당 사이로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원앙 가족과 오리들이 모여있는 물가를 배경으로 걸어가는 한 남자. 그를 따라가자 드넓은 벌판에 마치 판타지 영화를 연상케 할 만큼 다양한 동물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강아지와 당나귀를 비롯해 산양과 염소 그리고 사슴까지 그 누구도 묶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은 장관이 따로 없는데,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은 채 제 발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동물들과 같이 산중을 누비는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연인 정덕상(79) 씨는 서울에서 유통 사업을 하면서 큰 부를 축적했었다. 어릴 적 가난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던 그에게 있어서 부자에 대한 열망은 아주 강했고 그것을 이겨내고자 하는 욕심에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한 결과, 그야말로 자수성가를 이뤄냈다. 여유가 생긴 뒤 양어장과 수목원 사업을 계획하고 이곳에 내려왔으나 거래처의 부도로 인해 어음 8억 원을 20억 원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장에 큰 화재까지 일어나는 등 몇십억 단위의 재산 피해를 보게 되었고 덕상 씨는 사업으로 고생만 했던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마음의 안녕을 찾아 현재 머무는 곳에 정착한다.
관광 사업을 꿈꾸면서 데려왔던 동물들이 사업 실패로 인해 모두 쓸모를 잃자 덕상 씨는 이들을 방치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삶의 일부로 여기면서 자연에 풀어놓고 키워나갔다. 이 근방에는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에 이웃도 없이 혼자뿐이라는 그에게 재배하고 싶던 꽃과 나무를 심고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일상이란 어쩌면 외롭고 낙후된 삶이 아닌, 자유 속에서 비로소 궁극적인 행복을 깨우친 새옹지마 인생사를 몸소 보여주는 듯하다.
“그때는 젊었으니까 돈도 더 벌고 싶고 사업도 확장하고 싶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부질없는 거야, 쓸데없는 욕심이었어.” 도시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산골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낸 자연인 정덕상 씨의 이야기는 2025년 1월 29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