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집사의 짜릿한 동거
자연인 김대호
푸른 뱀의 기운이 흐르는 깊은 산속, 그곳에서 이십여 마리의 도마뱀, 뱀, 거북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칭 ‘뱀 아빠’ 자연인 김대호(53) 씨를 만난다. 엄청난 길이의 뱀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파충류 관리에 필요한 버섯을 잘 키우기 위해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는 그의 일상은 독특하고 엉뚱하다. 무뚝뚝하고 투박한 모습 속에서도 유머와 따뜻한 마음이 매력적인 이 남자.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인생을 채워가고 있다는 김대호 씨의 특별한 산골로 떠나보자.
어릴 적부터 호기심 많고 겁이 없는 성격이었던 자연인 김대호 씨는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중국집 배달, 에어컨 설치, 냉동창고 설치, 고춧가루 공장 운영 등 기회가 닿는 대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붙임성 좋은 성격과 특유의 서글서글한 매력 덕인지 그에겐 항상 운이 따랐고, 그가 운영하는 사업 역시 탄탄대로였다. "돈을 많이 벌었냐고요? 벌기도 많이 벌었지만 쓰기도 많이 썼지요." 사람을 좋아하고 나누는 걸 즐기던 그는 돈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거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러다 큰 결심으로 시작한 일이 바로 필리핀 바나나, 망고 무역 사업이었다. 우연히 평택항에 들렀던 그는 수입되는 엄청난 양의 바나나와 망고를 보며 ‘돈을 벌 촉이 왔다’고 확신했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지요. 별거 있겠습니까? “필리핀으로 떠난 그는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무역은 번창했고, 매출은 날로 늘어났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무역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필리핀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투자해 놓은 농장과 사업 기반을 모두 잃은 자연인. 그의 5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의 성과 덕분에 큰 재정적 위기는 넘길 수 있었고, 성실히 일해왔기에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산 생활의 로망을 조금 앞당긴 것. 산에서도 그의 도전과 모험은 멈추지 않는다.
산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데 설렌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집 곳곳에는 그의 섬세한 손길이 묻어나고, 파충류들을 위한 관리법도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데. 클래식 음악으로 상황버섯을 키우고 이승윤과 함께 아내를 위해 사랑이 담긴 '나무 유니콘'을 정성스럽게 꾸미기도 한다. 게다가 도시에서는 라면 하나 끓일 줄 몰랐던 그가 이제는 꿩고기로 만든 샤부샤부와 꿩 떡국까지 만들며 뛰어난 요리 실력도 선보인다는데. 손수 만든 작은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어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자연인 김대호 씨의 이야기는 2025년 1월 22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