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인생은 가라!
자연인 김창섭
칼바람 부는 어느 겨울날, 웃통도 벗은 채 직접 만든 나무 역기와 아령을 들며 체력 관리에 한창인 한 남자! 일흔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는 다부진 팔뚝과 딱 벌어진 어깨, 몸 곳곳에 자리 잡은 탄탄한 근육까지. 산골 살이 7년째, 지금의 삶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은 간절함은 오늘도 자연인 김창섭(70) 씨를 기운 나게 한다.
“지난날은 껍데기 인생이었어요.”
부잣집에서 태어난 창섭 씨는 부모의 도움으로 레스토랑에 헬스클럽, 사우나 등을 차렸다. 큰 말썽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의미가 분명한 것도 아니었다. 가벼운 시도만 있다면 나머지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그는 자연스레 의존적인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구에게 투자한 돈까지 잃게 되자 빈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때 창섭 씨는 첫사랑처럼 묻어둔 오랜 로망이자 꿈이었던 ‘산’이 떠올랐다. 이제껏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도시를 떠나 본 적도 없었던 그는 우선 시골 마을에 정착해 농사일부터 배웠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산 생활을 준비해 나갔다. 소소하게 짓던 텃밭 농사는 후에 친환경 농장을 운영할 만큼 커졌고, 도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기도 했다는데. 노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나아가 존재의 이유까지 찾게 된 자연인. 껍데기뿐이었던 그의 인생이 비로소 채워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아들딸을 결혼시킨 후, 농장을 그만둔 창섭 씨는 마을과 떨어진 산속으로 거처를 옮기고 본격적인 산 생활에 돌입했다. 그토록 원했던 진짜 자연인이 되던 날에는 희열감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개척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는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인생사라지만 도시에서 계속 지냈다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소박한 행복도 알게 된 자연인. 가지, 표고, 호박, 칡과 같이 자연에서 구한 간식거리를 정성껏 말려 보관하다가 겨울날 하나씩 먹는 재미도 자연인만이 경험할 수 있는 묘미라고. 부유했던 시절의 여유로움과 현재 만끽하고 있는 여유로움의 차이는 분명하다. 경쟁 사회에서 돋보여야 하는 도시와 달리 여기서는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날씨 좋은 날엔 스케치북만 챙겨 밖으로 나가 눈앞의 풍경을 담고, 심심할 때는 장구채를 들고 장단을 치면서 덩실거려도 제약받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조금 더 과감하게 표출하면 괜히 속이 뻥 뚫린다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나를 위한 여정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자연이라는 멋진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인생의 서막을 펼친 김창섭(70) 씨의 이야기는 2024년 1월 24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