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의 봄 메들리 자연인 김미숙
어느 산속, 빨간 집에 사는 한 여인이 있다. 빨간 털 모자에 앙증맞게 땋은 머리가 인상적인 자연인 김미숙(58세) 씨. 아기자기한 모습과는 달리 무거운 지게도 거뜬히 지고, 차가운 얼음 물에도 거침없이 들어가 고기를 잡는 산골의 원더우먼! 거기에 한시도 콧노래를 멈추지 않는 흥부자 면모까지. 언뜻 봐도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산속 생활이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끼가 많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던 자연인은 스물한 살 때 우연한 기회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다. 틈틈이 카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10년 동안 지역 축제나 행사에서도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트로트 무명가수로 생활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을 무렵,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고.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그녀는 1년간 가족과도 연락을 끊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긴 방황 끝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한 가수 생활까지 모두 정리했다. 그리곤 아버지의 흔적이 남은 고향 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버지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그리움을 달래주는 자연이 있어 힘을 냈다. 그렇게 시작한 산속 생활에서 몸도 마음도 조금씩 회복될 때쯤 아픔은 그녀를 다시 찾아왔다. 살을 뚫고 나오는 무릎 종양으로 인해 수술을 받게 된 것. 하지만 크게 좌절하진 않았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는 산이었으니까. 열두 가지 약재를 넣은 물을 수시로 마시고 꾸준히 산행을 한 끝에, 독한 약도 치료하지 못한 건강을 되찾았고 마침내 잃었던 삶의 활력도 다시 얻었다.
오랜 장사로 인한 특유의 부지런함과 근성으로 여전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남을 위한 음식이 아닌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며 여유를 음미한다.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일급수 계곡에서 고기를 잡고 산나물을 뜯고 버섯을 따러 매일 산을 오른다. 어릴 적 자연스레 배운 약초에 대한 지식으로 각종 발효액까지 담그고,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바라볼 때면 주어진 환경에 감사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자연에서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자연인 김미숙 씨. 진정한 행복을 노래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