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마지막 기회! 자연인 김해근
오른팔의 총상은 영광의 상처! 오토바이를 타고 산중을 누비는 전쟁영웅! 쏟아지는 빗방울로도 식힐 수 없는 뜨거운 사나이, 김해근 씨.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 부사관 출신인 그에게 흐트러짐이란 없다! 장작을 오와 열에 맞춰 차곡차곡 적재한 뒤에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오토바이에 오른다.
뭐든지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계획적인 그의 성격은, 역설적이게도 젊은 날 충동적으로 도전한 해병대 지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군 복무를 빨리 마치고 학업을 계속 이어 가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복무기간이 제일 짧았던 해병대로 지원한 자연인. 당시 100m를 12초에 돌파할 정도로 우수한 체력이었던 그는, 월남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군 간부가 모자라게 되자 떠밀리듯 부사관으로 차출되었다고 한다. 월남전 파병에, 5분 대기조 근무 중 선임의 총기 오발 사고로 총상까지 입어가며 힘겨운 군 생활을 이어갔던 자연인. 2년 4개월로 예상했던 군 생활은 두 배가 넘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끝이 났다.
예정대로였다면 졸업 후 동기들이나 선배들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진 군 생활로 학업을 마치지 못했고, 그의 진로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아, 무턱대고 뛰어든 삼륜차 사업은 경험 부족으로 접게 됐고, 형이 운영하던 건축 자재상에서 일을 배워 작은 자재상을 차렸지만 역시나 건설경기 침체로 사업을 정리하게 된다. 이후 남의 농사일을 도우며 모은 돈으로 아내와 식당을 차려 재기를 꿈꿨지만, 얼마 안 가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되는데... 거듭되는 실패의 역사. 몸도 마음도 지쳐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산이 보였다. 산중의 삶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집을 짓다가 총상 후유증으로 인해 낙상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벌에 쏘여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지만, 이 악물고 터전을 마련한 자연인. 그 성취의 희열은 이곳의 삶에 점점 더 애착을 갖게 만들었다는데... 그렇게 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 산중엔 그의 손길이 가득하다. 샌드위치 패널로 한옥 풍의 집을 꾸미고, 사륜 오토바이에 고물상에서 구한 마트용 카트를 연결해 땔감을 옮기는가 하면, 직접 판 연못엔 수려한 연꽃을 심고 페트병으로 분수까지 만들어뒀다. 그 속에 살고있는 향어와 우렁이로 만찬을 즐기고, 연꽃의 꽃턱인 연방으로 조선시대 왕이 즐겼다는 연자수를 끓여내기도 하는데...
불편함을 이겨낸 성취감이 매일 새롭다는 자연인 김해근 씨. 그의 이야기는 09월 29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