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풍파 끝에 찾아온 산속의 평온.
“서울에선 살 수가 없었어요.”라는 아내, “세탁소 기름 냄새가 싫어서 왔지요.”라는 남편. 각자의 말엔 지친 도시 생활의 무게가 묻어 있다.
좋아하는 음식도 취향도 따로지만 마음만큼은 기가 막히게 통하는 두 사람.
요리 중 말없이 손만 내밀어도 남편은 아내가 뭘 원하는지 먼저 안다.
아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만들기 위해 손수 쌓은 돌계단엔, 말로 다 못 할 애정을 꽃으로 켜켜이 깔았다.
봄이 오자 가장 먼저 손본 건 우물.
얼고 녹기를 반복한 우물 뚜껑을 열고, 찬물에 팔을 담그며 묵은 때를 밀어낸다.
쑥을 뜯고 두릅을 따고 나물을 다듬는 손길은 바쁘지만, 하루 끝엔 늘 마주 앉아 조용히 웃는 둘이 있다.
서로의 짐이 아니라 서로의 쉼이 되어주는 부부의 찬란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