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도를 호령하는 여장부 인자 씨
전라남도 완도군 고금면에 가면 여인의 호령 소리가 우렁차다! 김 양식, 유자 농사만
30년 차,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고금도 여장부 엄마 강인자(81세) 씨다.
두 차례의 암 수술로 건강이 악화된 남편을 돌보며 양식장과 유자 농장 일은 물론 집안 살림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억척할매 인자 씨.
1년 전 가업을 잇기 위해 두 아들이 귀촌한 덕분에 안 그래도 힘겨운 인자 씨의 하루는 더욱 바빠졌다. 아직은 서툴고 실수가 많은 자식들이기에 일을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데다, 온 집안 식구들 빨래부터 식사까지 세 남자 뒷바라지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는데.
인자 씨의 소망은 오직 하나, 자식들이 하루빨리 제대로 일을 익히고 좋은 배우자와 가정도 이루어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를 바랄 뿐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오늘도 매서운 호통으로 아들들을 단련시킨다.
# 밖에서는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상남자, 엄마 앞에서는 순한 양인 두 아들
1년 전 하던 일을 접고 먼저 부모님이 계신 고금도로 내려온 큰아들 박건수(57세) 씨.
귀촌은 꿈도 꾸지 않았건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귀촌을 결심했다. 고금도로 돌아온 후 건수 씨는 아버지가 하던 김 양식장과 유자밭 관리에 나서는데 평생 해보지 않았던 일이기에 실수 연발 혼나기 일쑤다. 이런 건수 씨 곁에서 함께 야단을 듣는 이는 바로 건수 씨의 동생이자 인자 씨의 둘째 아들 박남수(55세) 씨. 형인 건수 씨보다 몇 개월 늦게 귀촌한 동생이다.
비록 뒤늦게 고향으로 돌아온 귀촌 초보이지만, 부지런히 일 잘하고 어선부터 스프링클러까지 온 동네 기계를 다 고쳐주는 다재다능한 형제. 게다가 싹싹하고 화통한 성격으로 노래까지 잘 부르는 만능 재주꾼이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두 형제가 유일하게 작아지는 순간!
30년 베테랑인 어머니 인자 씨의 불호령 앞에서 이들은 오늘도 한 마리 순한 양이 되어버린다.
# 여장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인자 씨의 속마음
누구보다 강인한 여장부 강인자(81세) 씨는 사실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25살에 9남매 중 장남인 지금의 남편, 박명길(79세) 씨를 만났을 때는 곁에서 소리만 질러도 무서워 벌벌 떨었을 정도였다는데. 혹독한 시집살이 끝에 부산으로 터를 옮겨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냈던 그 험난한 세월은 인자 씨를 억세고 강인한 어머니로 만들었다.
25년간의 타지 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김 양식과 유자 농사를 시작했던 인자 씨는 이제야 제대로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시련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의 암 판정과 수술, 그리고 암 재발과 또 한 번의 수술을 겪으며 인자 씨는 더 강해져야만 했다.
# 바다가 그리운 남편 명길 씨와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더 강해져야 했던 인자 씨
평생 안 해본 일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인자 씨의 남편 박명길(79세) 씨. 어려웠던 시절 변변한 집도 없이 작은 어선 위에서 아내 인자 씨와 생활하며 바닷일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너그러운 바다는 그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주었고 이제는 어엿한 김 양식장과 유자 농장을 운영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생겼다. 몸이 좋지 않아 해봤던 건강검진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은 것. 두 차례의 수술과 항암치료 때문에 몸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진 명길 씨는 현재 홀로 걷는 것조차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평생을 바쳐왔던 바다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리워한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아내 인자 씨는 더욱 강해져야만 했다. 남편이 안심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두 아들과 함께 가업을 잘 지켜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아들이 하루빨리 배우고 익혀 제 몫을 잘 해내야만 하기에, 인자 씨는 오늘도 두 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 끊이질 않는 인자 씨의 잔소리와 끝내 폭발하고만 건수 씨
평생을 아버지와 함께 가정을 위해 고생해온 어머니를 보면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는 건수 씨.
이제는 두 아들을 믿고 가업을 맡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가는 곳마다 쫓아와 잔소리하는 어머니 인자 씨 때문에 건수 씨는 오늘도 속을 끓인다.
이른 새벽부터 김 양식과 유자 농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한데, 어머니인 인자 씨는 자신을 그저 게으름 피우는 초보자 취급하니 건수 씨는 환장할 노릇.
유자밭에 가면 유자밭까지 따라와 ‘가지를 정리해라, 풀을 베어라’라며 사사건건 간섭에 잔소리, 김 양식 때문에 바닷가에 가서 일하면 부둣가에 따라 나와 ‘끈을 이렇게 매라, 저렇게 매라’라며 잔소리하는 어머니다. 건수 씨는 어머니가 계속해서 잔소리하는 이유와 억척같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있기에 속이 상해도 마음이 아파도 꾹 참아왔다. 하지만 결국 그 화가 폭발하고 말았는데..
인자 씨의 81번째 생일날, 깜짝 파티를 준비한 두 형제는 케이크를 사들고 어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두 아들의 깜짝 파티에 늘 엄격하기만 했던 인자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또다시 시작되는 인자 씨의 잔소리에 결국 화가 난 건수 씨는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아들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인자 씨와 어머니에 대해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몰래 눈물을 훔치는 건수 씨.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