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에서 유명한 50년 차 일개미 부부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의 작은 산골 마을에는 소문난 일개미 부부가 산다. 올해로 50년 차 베테랑 농부 황수만(76세) 씨와 남편 따라 일에 치여 사는 권남순(71세) 씨가 그 주인공. 50년 전, 제천의 한 시장에서 쌀집에서 일하는 수만 씨와 미용실에서 일하며 꿈을 키워나가던 남순 씨는 친척의 중매로 평생의 배필이 되었다. 아내에게 자신의 쌀가게 옆에 미용실을 차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해야했던 결혼 생활. 농사지을 땅도 변변치 않아 근처 광산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다. 밤낮이 바뀌고, 고된 일로 인해 몸도, 마음도 편한 날이 없었지만, 오로지 아내와 아들 셋을 생각하며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한 평 두 평 사모았고 어느새 1만 평의 땅을 소유한 알부자 농사꾼이 되었다.
쉼 없이 달려온 끝에 이제는 일을 쉬고 편안한 삶을 살아도 되지만 수만 씨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가난으로 인해 억척같이 살아온 탓일까, 부부는 여전히 새벽 4시 반에 하루를 시작해서 마을에서 가장 늦게 밭에서 퇴근한다. 그러나 자신의 힘이 닿는 날까지 평생 농사꾼으로 살고 싶은 남편과는 달리, 하루빨리 일을 줄이고 싶은 남순 씨다.
# 수만 씨의 소원은 ‘아내와의 크루즈 여행’
‘이제 크루즈 여행 가야지’ 잊을 만하면 남순 씨의 귓가를 파고드는 남편의 메아리다. 바쁜 수확 철이 끝날 때마다 틈틈이 해외여행을 다니며 소중한 추억을 기록해온 부부. 두 사람이 함께 다녀온 여행지만 해도 무려 25개국!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 역시 모든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닐 때 큰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수만 씨의 오랜 소원은 바로, 아내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워놨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크루즈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수만 할배. 남편의 진심을 알면서도 막상 여행 경비를 떠올리면 남순 씨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평생 절약하는 것이 습관이 된 남순 씨에게 2천만 원에 가까운 여행 경비는 내자니 그동안 고생고생하며 밭에서 흘린 땀방울이 생각나는데.. 하지만 수만 씨, 망설이는 아내의 마음과 달리 크루즈 여행 갈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들떠있다.
# 농사꾼은 평생 농사꾼 vs 더 이상은 못해! 혼자 알아서 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낮의 폭염에도 밭으로 향하는 부부.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에 도착한 문자 한 통. 남순 씨의 핸드폰에서는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다. 문자를 확인하고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쉬자고 말해보지만, 농사꾼이라면 이 정도 날씨는 견딜 줄 알아야 한다며 꿈쩍도 안 하는 수만 씨다. 나이가 들어 하루가 다르게 농사일이 힘에 부치는데 여전히 일만 생각하는 남편이 야속한 아내 남순 씨.
그러던 어느 날, 수만 씨가 또 일을 저지르려 한다. 만평이 넘는 밭을 부부 둘이 일구기도 지치는데 지인의 제안에 또다시 밭을 늘릴 생각을 하는 것. 남순 씨는 그동안 참고 참아온 50년의 세월이 한 번에 폭발하면서 결국 더 이상 농사일을 못 한다며 밭을 나가버리는데. 무리해서라도 농사를 더 짓고 싶은 남편과 이제 더 이상은 못 한다며 으름장을 놓는 아내. 두 사람의 입장차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농사밖에 모르는 일 중독 남편.
열정 많은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지쳐버린 아내.
과연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일개미 부부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