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10년 차 딸과 귀촌 3년 차 엄마의 동상이몽
충청북도 보은군에는 귀농 10년 차인 딸 김수향 (59) 씨와 사위 이성근 (62) 씨 그리고 엄마 이선영 (97) 씨가 함께 살고 있다. 서울에 살던 친정엄마는 함께 살던 아들이 미국에 가게 되면서 3년 전에 삼 남매 중 둘째 딸인 수향 씨 집으로 오게 되었다.
젊은 시절, 건설 회사를 운영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IMF 때 부도를 맞아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수향 씨 부부... 부부는 노점상까지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 10년 전에 이곳 보은으로 귀농해 대추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재기를 위한 많은 노력 끝에 만 오천 평으로 면적을 늘리며 계속해서 농장을 키워가는 중인데...
이렇게 농장 규모가 커지면서 공사다망해진 딸 부부.
반면 도시에서 생활했던 친정엄마는 시골에서의 삶이 조금은 무료하고 적적하기만 하다.
엄마는 시골 공기도 좋고 딸 내외가 있어서 좋지만 혼자서도 이것저것 할 수 있던 도시 생활과는 달리 시골 생활은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반면 시골살이가 날로 즐거워지는 딸 수향 씨. 열심히 일한 만큼 농장도 커지고 수익도 많아졌기 때문인데...
시골살이가 제격인 시골살이가 무료한 엄마의 동상이몽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 97세 엄마는 딸 껌딱지
시골살이가 적적한 엄마는 어쩌다 보니 딸만 졸졸 따라다니는 딸 껌딱지가 되었다. 딸이 가는 곳 어디라도 졸졸 따라다니기 바쁘다. 하지만 만 평이 넘는 대추밭과 4년 전부터 시작한 사과, 배 농사까지 여러 농사 일로 정신없이 바쁜 딸, 수향 씨는 엄마를 챙기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딸을 따라다니며 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더딘 속도이지만 일손을 거들어준다. 딸 부부를 도와 대추 순을 따고 말린 대추 포장을 돕기도 한다. 이런 엄마가 고맙기도 하지만 행여나 97세 연세의 엄마가 다칠까 걱정이 되는 딸 수향 씨. 걱정되는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데... 혹여 도와주지 못하는 일이라면 멀리서 지켜보기라도 하며 한시라도 딸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 딸은 바쁜 와중이라도 짬을 내 소일거리를 함께하며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매니큐어를 발라드리며 무료해하는 엄마를 챙기려 애를 쓴다.
엄마 혼자 사시게 할 수 없어 서울에 살던 엄마를 모시고 왔는데 정작 바쁜 일상 때문에 엄마를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 딸 수향 씨는 늘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 엄마가 사라졌다?!
집에 있는 것이 적적했던 엄마는 조금이라도 집안일을 돕고 싶어 키우는 강아지 밥을 주러 가곤 한다. 하지만 강아지 밥 주러 가는 길이 위험해 딸이 평소 가지 못하게 했던 곳이지만 엄마는 딸의 잔소리에도 강아지를 챙긴다. 오늘도 딸의 말을 듣지 않고 밥을 주러 간 엄마... 때마침 그 모습을 발견한 딸은 걱정되는 마음에 버럭 화를 내버리고 만다. 결국 집에 혼자 계셔서 적적해하시는 엄마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수향 씨는 마을에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엄마를 마을 할머니들이 계신 정자에 모셔다드리고 오랜만에 엄마도 이웃 할머니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몇 시간 뒤, 엄마를 모시러 온 수향 씨.
그런데 무슨 일인지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놀란 수향 씨는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에게 엄마의 행방을 묻지만 돌아오는 건 엄마를 본 사람은 없다는 답변뿐인데... 그 시각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엄마...
딸은 남편에게 전화해 집에 계신지 확인해 보라하고, 집에 간 남편은 사라진 장모님을 찾아보지만 집에서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더 마음이 급해진 수향 씨는 애타게 엄마를 부르며 찾아다니는데... 과연 엄마는 무사히 딸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