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나 깨나 동물 사랑! 동물농장 13년 차 아버지, 동일 씨
충청북도 보은군에는 3백 마리가 넘는 동물체험농장을 13년 째 해오고 있는 최동일 씨(56세) 가족이 산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동일씨는 축협을 그만둔 뒤 세 딸은 교육을 위해 지방도시에 남겨두고, 평생의 꿈인 동물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내와 함께 산으로 들어와서 밭농사와 민박집을 시작했다. 초기에 당나귀 한 쌍이 전부였던 동물 축사는 동일 씨가 외출할 때마다 새로운 동물을 두어 마리씩 사 오는 바람에 소, 보어 염소, 흑염소, 공작, 가금류 등 품종과 마릿수가 늘면서 지금은 총 40종에 3백 마리가 넘는 동물농장이 됐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늦둥이 아들 원이가 태어나면서 큰딸 희란 씨(30세)가 나이 든 부모님의 구원투수로 농장에 합류, 늦둥이 동생을 돌보며 일을 돕다가 5년 전부터는 아버지 동일 씨 밑에서 본격적으로 농장 일을 배우며 혹독한 인턴 수련을 마치고 현재 후계자 수업 중이다.
원래도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농장을 하다 보니 더더욱 동물이 좋아졌다는 동일 씨~ 수십 마리 공작 중에서 목을 다쳐 깃털이 뽑힌 공작 한 마리를 한눈에 찾아낼 만큼 자나 깨나 동물 사랑인 동일 씨는 기분이 좋아도 화가 나도 동물들과 함께하기에 살맛이 난다지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농장 일에 뛰어든 5년 차 딸 희란 씨는 3백 마리가 넘는 동물들의 뒷바라지도 버거운데 아버지가 또 언제 어떤 동물을 더 사 와서 동물을 늘릴까 걱정이 태산이다.
# 동물이 무서운 동물농장의 겁쟁이 후계자, 큰딸 희란 씨
일단 무섭다. 후계자 수업 중이지만 큰딸 희란 씨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도 무서웠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몇몇 동물은 사무치게 무섭다. 예상치 못했던 늦둥이 막내가 태어나자 일손이 모자란 부모님이 세 딸 중 큰딸인 희란 씨에게 도움을 청해서 농장에 내려왔지만, 그땐 정말 몰랐다. 3백 마리가 넘는 축사를 치우고 매일 아침 사료 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게다가 동물도 저 무서워하는 인간은 금세 알아보는 법~ 사료 주러 들어갔다가 공작의 날아 차기에 맞질 않나~ 새끼 염소의 방귀 폭탄에 머리에 새똥을 맞질 않나~ 8살 원이도 서슴없이 타는 당나귀가 무서워 옆에 서 있다가 뒷발에 채이질 않나~ 심지어 꼬꼬댁 닭들마저 희란 씨를 무시하는 듯 탈출을 감행한다.
그래도 후계자 체면이 있는지라 어금니 꽉 깨물고 동물들을 돌보는 중인데, 다행히 농장에는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희란 씨는 간단한 동물 체험과 흙을 만지는 농사 체험, 그리고 밭작물, 지역 특산물 등을 요리에 접목해서 자신만의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해마다 농장 체험객들을 대상으로 키워오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순한 염소만 빼고 다른 동물들은 다 줄여서, 동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농촌문화체험이 메인이 되는 문화체험농장을 만들고 싶은데 아버지가 허락해줄 리 없어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다.
# 농장을 둘러싼 부녀의 극과 극의 동상이몽!
코로나19가 2년 넘게 계속되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농장 때문에 부녀 모두 애가 탄다. 그래서 체험객을 유치하려는 부녀의 의견은 점점 더 극과 극을 달리게 되는데.... 동물농장이니 주인공인 동물을 더 늘려야 볼거리가 많아서 체험객들이 좋아한다는 아버지! 이에 반해 동물 체험은 잠깐이지만 시골 정서를 체험하는 농촌 체험은 힐링과 추억이 되어 체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 딸 희란 씨의 주장이다. 앞으로 농촌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민박집과 패키지로 묶어서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나 젊은 커플들을 공략하고, 또 농장의 남는 공간을 이용해서 도시락을 먹으며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여는 등 재미있는 문화공간도 만들고 싶은데.. 아버지 동일 씨는 그런 계획을 듣고도 딴소리만 할 뿐 온통 동물 늘릴 생각 밖에 없다.
한편 아버지 동일 씨는 8살 늦둥이만 보면 키울 걱정에 잠이 안 온다. 칠십이 아니라 여든이 될 때까지라도 어떻게든 세 딸과 늦둥이 막내에게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는 농장을 만들어서 물려주고 싶은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던 중 딸이 원하는 화덕에 필요한 재료를 사러 단골 고물상에 갔다가 유산양이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드는 등 체험 학습에도 쓰임새가 다양하고 수익도 좋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진다. 동물은 더 늘리면 안 된다는 희란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급한 마음에 혼자 산양 목장을 찾아갔다가 덜컥 새끼 산양을 데리고 와버린 아버지~ 딸 희란씨는 자신과 상의없이 또 마음대로 유산양을 사 온 아버지에게 참아온 화가 터지고 마는데... 과연 희란 씨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후계자 수업을 잘 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