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여의도 면적의 56배나 되는 산림을 불태웠던 울진·삼척 산불,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 수준의 초대형 산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 봄철은 심상치 않다며 산림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MBN은 그날의 악몽 이 재현되지 않도록 산불 위험 실태를 취재해 두 번에 걸쳐 전해 드리려 합니다.
김민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잿더미가 된 건물의 철거 작업이 한창입니다.
강원도 홍천군의 한 민가에서 화목보일러로 추정되는 불이 나, 두 시간 만에 잡혔습니다.
▶ 인터뷰 : 사공숙자 / 강원 홍천군 산불감시원
- "아마 화목보일러 연기가 날아가서 연통에서 불씨가 날려서 그래서 (불이) 난 것 같아요."
워낙 외진 곳인 만큼 소방대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자칫 대형산불로 번질 뻔했습니다.
▶ 스탠딩 : 김민수 / 기자
- "2월 중순 치고 꽤 많은 눈이 현장 곳곳에 쌓여 있는데요. 덕분에 민가에서 발생한 불이 근처 야산에 크게 옮겨붙지는 않았습니다."
겨울 초입인 지난해 11월 수도권에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쏟아질 만큼 폭설이 이어진데다 입춘한파 까지 겹치면서 산불 억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제(19일)까지 전국의 산불 발생 건수는 64건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87건에 비해선 확연히 줄었습니다.
과거 대형 산불이 잇따른 뒤로 불법소각 단속을 강화하고, 신고 접수 기간을 3분 이내로 줄이는 등 산불 대응 역량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건조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 변수인데, 전국의 절반을 건조특보가 뒤덮었고 특히 동해안 일대엔 연일 건조경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동수 / 기상청 예보분석관
- "최근,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지속되면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건조특보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산불의 43%가 3월과 4월에 집중됐던 만큼, 울진과 삼척에서와 같은 초대형산불이 재현될 것이란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민수입니다.
[ smiledream@mk.co.kr ]
영상취재 : 조영민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그 래 픽 : 김정연
【 앵커멘트 】
산불 점검 기획 오늘은 동해안 지역편입니다.
눈이 자주 내린 서쪽과 달리 동쪽 지역은 겨우내 강수량이 적어 언제 산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취재진이 산에 가보니 낙엽이 바싹 말라 과자를 밟으며 등산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이어서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입니다.
아직 눈이 쌓여 있을 법한 시기이지만 거리는 물론 산에도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순원 / 강원 양양군
- "많이 올 때는 80, 90cm 왔는데 올해는 아예 5, 6cm도 안 온 것 같아요. 거의 안 내렸다고 봐야죠."
12월과 1월 강원도 영동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수치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2월에 들어서는 강릉, 속초, 양양 등 동해안 지역에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오랫동안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아 산에는 과자처럼 바싹 마른 낙엽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진짜 과자와 소리를 비교해봐도 비슷합니다."
오랫동안 비가 안 내리지 않아 하층 낙엽과 토양까지 푸석푸석합니다.
토양이 촉촉하면 위에 있는 낙엽에 수분을 공급해 발화율을 줄여줄 수 있지만, 지금은 흙까지 말라 버렸습니다.
▶ 인터뷰 : 권춘근 /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박사
- "낙엽의 수분 함량이 30%일 때하고 10%일 때 비교하면 발화율은 약 25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동해안 지역은 낙엽의 수분 함량이 매우 낮은 상태라고…."
기온도 문제입니다.
올해 3월과 4월 동해안 지역은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온이 높으면 증발이 활발히 일어나 산불 위험이 커집니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초대형 산불로 이어진 LA와 비슷한 상황인 겁니다.
▶ 인터뷰 : 김동욱 / 강원 양양군
- "걱정이 많이 됩니다. 산 돌고 왔는데 푸석푸석하게 말라서 부서질 정도로 가뭄이 심한 상태입니다."
작은 불씨가 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합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강두민 기자, 전범수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그 래 픽 :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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