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김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설설 끓는 뚝배기가 앞에 놓이면, 한 숟갈 후후 불어 입안에 넣는다. 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데워지는 몸속 온도가 다시 목덜미로 올라와 퍼진다. 이맘때 몸과 마음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곳들을 소개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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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생대구탕에 갓 지은 밥 한 공기 ‘관훈동 부산식당’
메뉴도, 주문과 서빙 방식도 요즘 스타일에는 한참 뒤처져 있지만 언제 가도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 문을 연 지 40년이 넘었다. 과거에는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밥을 짓기 시작해 갓 지은 밥을 내주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대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계속 밥을 지어 낸다. 찰지고 맛있을 수밖에 없다. 밑반찬은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는 정성스런 메뉴들이다. 가지나 오이 무침, 열무김치, 양배추찜, 낙지젓갈 등이 오른다. 대구탕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밥을 다 먹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생대구탕(1만5000원)은 국내산이고 생태탕(1만5000원)은 일본산 재료를 쓰는데 2인 기준으로 양이 좀 부족하기도 해서 제육볶음(2만 원)이나 오징어볶음(2만2000원)을 곁들이면 좋다. 막걸리 반주를 한다면 생두부(5000원)를 빼면 안 된다. 인사동은 들어가는 길과 골목이 많은데 조계사 맞은편에서 들어가면 찾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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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한 그릇 뚝딱하고 원기충전 ‘정동 남도식당’
정식 이름은 남도식당이다. 간판에는 큰 글씨로 ‘추어탕’, 작은 글씨로 ‘정동집’이라 쓰여 있다. 남도식당의 메뉴는 단 하나, 추어탕(1만1000원)뿐. 우거지가 뭉근해지도록 푹 끓인 뜨끈한 탕은 중독성이 있어 인근 직장인은 물론 수십 년 넘게 이곳을 찾는 단골도 많다. 1만 원 전후의 가격에 맞추느라 추어탕 특유의 걸쭉하고 깊은 맛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프랜차이즈 식당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미꾸라지, 쌀, 김치, 고춧가루 모두 국내산을 쓴다. 덕수궁 돌담길, 국립정동극장 바로 옆 골목 안에 늘 몇 사람씩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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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국밥의 정석 ‘북창동 금성관 나주곰탕’
그릇에 밥을 담고 더운 국물을 부었다 따라내기를 반복한다. 밥과 국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게 먹기 좋은 정도로 만들기 위해서다. 금성관 나주곰탕은 토렴 국밥이다. 국산 한우와 육우, 신안산 천일염 등 국산 재료만 쓰고 고명으로 얹어내는 고기도 넉넉하다. 나주곰탕(1만 원)에 김치와 석박지, 꼴뚜기젓갈이 기본 반찬으로 깔리고 공기밥 추가는 무료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는 동동주가 무한대로 제공된다. 건더기 양은 줄이고 가격 올리기를 반복하며 이름값을 떨구는 일부 곰탕집에서 바가지 쓰는 대신, 친절까지 겸비한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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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축된 맛과 에너지 ‘명동 고봉삼계탕 본점’
시중의 삼계탕은 크게 맑은 국물로 개운하게 끓여내는 스타일과, 걸쭉하게 들깨, 녹두 등의 진하고 깊은 맛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나뉜다. 고봉삼계탕의 국물은 진하고 걸쭉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개운하고 고소한 맛까지 담고 있다. 대표 메뉴는 경북 청송의 천연 약수로 만들어 메뉴명도 약수 상황삼계탕(1만8000원), 약수 한방삼계탕(2만 원)이다. 해물파전(1만8000원)도 있지만 삼계탕 한 그릇만으로도 겨울나기는 충분할 듯하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완식’해 에너지를 담아 넣도록 하자. 고봉삼계탕 명동은 본점으로 해외관광객도 많이 찾으며 어지간한 단체도 너끈히 소화 가능한 대형 식당이다.
글과 사진 박유람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3호 (23.01.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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