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 씨앗 되어 웃음꽃 피는 우리 집
아침이 밝아오는 사이, 집안에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임성자(79) 씨는 그 부름을 듣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방으로 향합니다. 어머니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들 김병훈(50) 씨였는데요. 병훈 씨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조금 남다릅니다. 그 이유는 병훈 씨가 가진 근이영양증 때문인데요. 점점 약해지고 사라지는 근육 때문에 온몸이 뒤틀리고 척추측만증이 심해진 병훈 씨. 거동이 불편해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어째서인지 병훈 씨의 얼굴에는 내내 웃음꽃이 피어있습니다. 늘 아들 곁을 지키는 어머니 성자 씨도 마찬가지인데요. 두 사람의 지난 50년은 어떤 의미였기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할 수만 있다면 제 삶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아픈 이유를 몰라 어린 아들을 업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뛰어다녔다는 성자 씨. 뒤늦게서야 근이영양증이라는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되었는데, 이 희소질환은 치료할 방법도, 진행 속도를 늦출 방법도 없습니다. 결국 골다공증 주사만 맞고 있는 병훈 씨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며 버텨오고 있는데 요즘에는 욕창까지 생겨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 아들이 대견한데요. 사실 병훈 씨도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바뀌게 된 건 스물네 살. 어느 날 수련회에 가보지 않겠냐는 지인의 권유로 문득 용기를 낸 병훈 씨는 집 밖을 나가게 되면서 몸이 불편해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습관적으로 나와요“
그렇게 용기를 낸 후 병훈 씨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병훈 씨인데요. 한편으로는 어머니를 고생시키면서 10년 뒤, 20년 뒤에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무섭기도 한 병훈 씨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는 병훈 씨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어머니 성자 씨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병훈 씨의 대소변을 봐주는 것도. 면도와 목욕을 시켜주는 것도, 올바른 자세로 전동휠체어에 태우는 것도 모두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요.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삶의 죄송스러운 병훈 씨는 자꾸만 입버릇처럼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남은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
그럴 때마다 성자 씨는 태연한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래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홀로 아들을 키우게 된 성자 씨는 30년 동안 밤낮으로 리어카를 끌며 과일 장사를 했습니다. 결국 그때의 고생이 화근이 되어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됐고 이를 방치해 관절염까지 생긴 성자 씨인데요.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아들에게 필요한 보조기구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술비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도 병훈 씨와 어머니 성자 씨는 살아있는 동안 함께 웃고 지내자던 약속을 지키며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과연 모자의 약속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근이영양증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는 병훈 씨와
그런 아들을 정성으로 보살피는 어머니 성자 씨의
소중한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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