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인형과, 그것과 대비되는 의료기기가 가득한 한 가정집. 그 곳에는 의료용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이는 태연(25) 씨가 있습니다. 태연 씨의 병명은 근이영양증. 근육이 점차 사라져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다섯 살 무렵부터 유난히도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는 태연 씨. 이제 혼자서는 불편한 자세를 바꿀 작은 뒤척임조차 할 수 없는데요. 이런 태연 씨의 곁에는 아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엄마 명옥(46) 씨가 있습니다. 모자는 서로가 서로의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숨과도 같은 존재인데요. 모자가 서로에게 이토록 애틋한 건 남다른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자에게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요?
“아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엄마, 엄마!” 태연 씨의 목소리가 집안의 정적을 깹니다. 점점 더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 결국 엄마를 부르고 마는데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달려온 명옥 씨는 바로 아들의 허리를 마사지 해줍니다. 몇 년 전부터 심해진 근육병 증세로 계속 누워서 생활하다보니 척추측만증이 생긴 건데요. 근육병은 태연 씨의 심장과 폐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호흡기능이 많이 떨어져 잘 때는 꼭 호흡기를 착용해야하고, 심장기능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다섯 알이나 복용하고 있는데요. 명옥 씨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잔뜩 부은 얼굴과 다 터버린 팔을 한 아들을 보면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곤 다 굳어 버린 아들의 다리를 애써 주물러 펴보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데요. 아들의 몸이 점점 더 굳어 갈수록 명옥 씨의 얼굴도 점점 더 굳어갑니다.
“둘째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냈어요“
사실 태연 씨의 집에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엄마와 태연 씨, 동생 상연 씨. 이렇게 세 명의 가족이 함께 살았습니다. 동생 상연 씨도 형과 같은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었는데요. 13년 전 남편과 이혼한 명옥 씨. 두 명의 아픈 아이들을 홀로 키우려니 힘들었지만 그조차도 행복이었습니다. 태연 씨도 동생 상연 씨와 서로 의지하며 병과 싸워왔는데요. 그러던 2017년의 어느 날. 상연 씨가 갑작스레 엄마와 형의 곁을 떠났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제는 둘째가 곁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는 명옥 씨. 그때부터 명옥 씨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그것은 태연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생의 죽음 이후로 전동휠체어도 이용 할 수 없이 건강이 악화되어 그 후로 영영 침대에서 일어 날 수 없게 된 것인데요. 슬픔에 잠겨 있던 명옥 씨는 이런 태연 씨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둘째는 가슴에 묻어두고 태연 씨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한 건데요. 커다란 아픔을 함께 겪으며 모자는 서로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5년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건강했다면 한창 활발한 활동을 했을 25살의 청년 태연 씨. 좋아하는 걸 그룹 노래를 듣고, 만화를 즐겨보는 모습은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실 태연 씨가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릴 적 꿈이 만화가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태연 씨의 꿈은 그냥 꿈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저 동생과 자신을 닮은 인형들에 의지하면서 자신의 꿈과 함께 작은 침대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리곤 동생과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자신을 보며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에 걱정 끼치지 않으려 애써 웃어보는 태연 씨입니다.
명옥 씨는 아들의 매일이 힘들 것을 알면서도, 5년만이라도 버텨 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남에게는 짧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모자에게는 가늠도 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내일이, 명옥 씨와 태연 씨에겐 간절한 바람입니다. 모자에게 내일이 당연한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점점 굳어가는 아들 태연 씨와
둘째를 보내고도 되풀이되는 고통 속에
사랑으로 아들을 돌보는 엄마 명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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