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택이 엄마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습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있는데요. 검붉은 반점으로 얼굴이 뒤덮인 조귀목(61) 씨가 시선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귀목 씨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혈관종이 있어 남들에게 늘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요. 얼굴에 반점이 가득하다 보니, 그녀를 따라다니던 ‘호랑이’라는 수식어도 항상 마음의 상처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의 소원은 단 하나, 남들처럼 평범하게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것인데요. 바로 ‘희택이 엄마’라는 호칭입니다.
“겉보기에만 불편하게요? 치아도 시력도 성한 데가 없는 걸요...”
귀목 씨의 얼굴을 뒤덮은 혈관종은 그녀의 입안까지 퍼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치아가 없고, 그나마 남아있는 치아마저 입을 다물었을 때 맞물리는 것이 없기에 음식을 씹을 수 없는 귀목 씨. 잇몸으로 음식을 씹다 보니 항상 통증이 있고, 심하면 피고름까지 나는 상황인데요. 너무 고통스러운 마음에 동네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귀목 씨가 사는 지역에서는 입안에 자리 잡은 혈관종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며 큰 병원을 추천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녀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혈관종은 그녀의 눈까지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쪽 눈의 시력은 아예 잃은 상태고, 남은 한쪽마저 희미하게 보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남들이 건너면 그제야 따라 건너곤 합니다. 더욱이 간단한 요리라도 하려고 치면 대부분 감으로 해야 하기에, 손에는 상처가 가실 날이 없다고 합니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지만,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던 그녀는 치료를 받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요. 귀목 씨에게도 희망은 찾아올 수 있을까요?
“아들도 머리를 다치고 장애가 생겼어요...”
귀목 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권희택(37) 씨가 있습니다. 희택 씨는 어린 시절 음식을 잘못 먹어 앓은 후로 뇌를 다치고 말았는데요. 이후 지적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이해가 더디고 학습지능이 낮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제빵 기술을 열심히 배워 현재는 10년 이상의 베테랑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본인이 일하는 곳에 남는 빵이라도 생기면 항상 챙겨와 엄마 귀목 씨에게 드리곤 합니다.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는 희택 씨여도, 과거가 평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남들과 다른 엄마의 얼굴 탓에 따돌림도 당하고 많은 놀림을 받았던 희택 씨. 그 때문에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곤 했기에 희택 씨에게는 항상 엄마에 대한 마음의 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본인의 0순위는 엄마라며 애틋한 마음을 보이는 효심 지극한 아들입니다.
“남편의 빈자리는 이루 말할 수 없죠...”
지인의 소개로 남편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었던 귀목 씨. 주변에서 잉꼬부부라고 부를 정도로 사이가 참 좋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몹쓸 병이 찾아왔습니다. ‘모야모야병’을 앓던 남편은 결국 세상에 귀목 씨와 희택 씨만 남겨두고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모자는 밤잠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요. 모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지니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두 모자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이 희망의 햇살로 가득하길 바라봅니다.
얼굴을 가득 뒤덮은 혈관종으로
항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귀목 씨와
그런 엄마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아들 희택 씨!
남들과는 다른 아픔을 갖고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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