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실은 사랑의 리어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활기찬 시장의 횡단보도 앞. 시끌벅적한 시장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쓸쓸히 리어카 앞을 지키는 최동호(75) 할아버지와 김점순(77) 할머니의 모습이 시선을 끕니다. 노부부는 온종일 낡은 리어카 위에 잡동사니를 늘어놓고 추위와 맞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요. 해가 뜨면 장사를 하러 나와서 깜깜해질 때까지 열심히 자리를 지켜도 노부부의 가난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사고로 시력을 잃은 할아버지를 대신해 남편의 눈이 되어주던 든든한 할머니마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 노부부는 앞으로 버텨야 할 나날들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안식구가 나를 만나 고생이 많아요”
최동호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시력이 점점 퇴화하다가 결국 지금은 불빛조차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몇십 년을 한 곳에서 산 덕에, 집의 구조는 외우고 있다는 할아버지. 때문에 혼자 집 안에서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아내 없이 집 밖을 홀로 나가는 것은 할아버지에게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할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는 손을 잡아 길을 안내해주고, 버스 번호를 확인해주고, 장사할 때 손님에게 물건을 대신 건네주기도 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탓에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리어카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는,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추운 날씨에 밖에서 식은 밥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는 아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집니다.
“원래는 기억을 잘했는데 치매가 무서워요”
과거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허리 수술을 받았던 할머니. 하루에도 몇 번씩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지만, 할머니는 하루도 리어카 장사를 쉴 수가 없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리어카도 끌어야 하고 파라솔도 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제 신호등을 보는 법도 깜박하고, 요리할 때 재료를 빠뜨리기 일쑤인데요. 몇 년 전 할머니에게 찾아온 알츠하이머가 그 이유입니다. 어릴 적부터 뇌병변을 앓고 있어 가뜩이나 힘들게 살아온 평생인데,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해가는 알츠하이머 증상에 속절없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가난한 형편은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습니다. 두 자녀가 있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요. 오히려 빠듯한 생활에 아이들에게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못해 부모의 가난함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는 노부부입니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곳에서 고생하는 서로가 참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는 노부부. 하지만 하루가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는 노부부에게 장사가 허락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한숨만 내쉴 뿐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의 눈이 되어주던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이 노부부는 살을 에는 추위에도
리어카를 끌고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노부부의 힘겨운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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