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 둥지 잃은 지적장애 가족
한적한 부여의 한 마을에는 화마의 흔적이 역력한 폐허가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칼바람이 불던 2월, 배근(59) 씨네 가족은 불이 난 집을 뒤로한 채 몸만 겨우 빠져나왔는데요.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모든 걸 잃은 가족들. 그렇게 배근 씨 가족은 30년 넘게 살았던 소중한 터전을 잃고 4개월째 좁은 어머니 집에서 더부살이 중입니다. 심지어 가족 모두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 불행을 극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작은 불씨가 우리 집을 삼켰어요!”
낡고 오래된 집에 난방비를 아끼려다 보니 연탄보일러를 사용했던 배근 씨네. 연탄을 가는 건 매번 아내 명순(53) 씨의 일이었는데요. 불이 났던 그 날도 명순 씨는 평소처럼 연탄을 갈았고, 남은 재는 마당에 버렸습니다. 하지만 다 꺼진 줄 알았던 연탄재에는 불씨가 살아 있었고 결국 위험천만한 불행이 닥치고야 말았죠. 하필 유독 바람이 세게 불었던 그 날! 덜 꺼진 불씨가 날아가 집 주변의 풀과 나무를 태우기 시작했고, 불은 지붕으로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집안으로까지 번지고 말았던 겁니다. 세 식구는 불이 난 사실도 모르고 집 안에 있던 아찔한 상황!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불을 먼저 발견한 마을 주민들의 고함을 듣고 겨우 화마의 위험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도 잠시, 유일한 보금자리와 모든 걸 잃은 가족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잿더미가 된 집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서럽게 울었던 아빠 배근 씨. 한겨울 소방차가 뿌린 물에 쫄딱 젖은 아빠 배근 씨는 가족을 데리고 근처 어머니의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일꾼으로 써주는 사람은 이웃밖에 없어요… 집 마련은 꿈도 못 꾸죠”
4개월째 할머니 명자(83) 씨의 집에서 더부살이 중인 가족들. 배근 씨네 가족의 딱한 사정을 안 이웃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새집을 지을 돈, 5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새로 짓기에는 터무니없는 금액. 더욱이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어 평생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없던 배근 씨는 이웃집 일을 도와주고 버는 품삯으로 근근이 가족들을 먹여 살려왔는데요. 집에 불이 나기 전에도 빠듯했던 형편. 아무리 논일, 밭일 등 험한 일을 닥치는 대로 해도 집을 짓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나마 불난 뒤 건진 살림살이 몇 가지도 보관할 곳이 없어 집터 옆에 고스란히 천막으로 감싸져 있는 상황. 배근 씨는 이것들이 잘 있는지 매일 확인하며 집 없이 사는 서러운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맨발로 거리를 헤매는 우리 희선이가 좋아질 수만 있다면…”
사실 배근 씨가 하루라도 빨리 집을 짓지 못해 애가 타는 건 바로 아들 희선(26) 씨 때문인데요. 다 큰 아들이지만 최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매일 돌발행동이 일어나는 상황! 26살이지만 장애로 인해 어린아이처럼 내키는 대로 행동하다 보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아무 데나 대소변을 보는가 하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주변을 맨발로 매일 같이 헤매다 보니 위험했던 적도 여러 번인데요. 더욱이 임시로 사는 어머니 댁이 도로 바로 옆이다 보니 아들의 증상은 더 나빠진 상태! 이제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 명순(53) 씨 역시 지적장애 2급이다 보니 아들을 제대로 돌보기가 쉽지 않은데요. 13평 좁은 집에 네 식구가 부대끼며 사는 것도 힘든데, 모두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가족들로 인해 여든의 노모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엄마 명순 씨도 어린아이처럼 돌발행동을 자주 하다 보니, 방송 촬영 도중 갑자기 촬영을 거부하고 숨어버리기까지 한 난감한 상황!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는 이 식구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작은 불씨로 한순간에 평생 살아온 집을 잃고
험난한 더부살이 중인 지적장애 배근 씨네 가족들!
새 보금자리가 절실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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