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하늘아래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요? 부자가 되는 것? 공부를 잘하는 것? 그런데 여기 그저 착한 어른이 되는 게 소원이라는 최종식(17세) 군과 할머니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최혜영(16세) 양이 있습니다. 이들 남매는 전북 순창의 한 마을에서 여든이 넘은 이판례(82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5년 전, 뇌진탕이라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이들의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가 새롭게 만난 아저씨와 함께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일삼았고, 결국 그 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 도망쳐 나와 간 곳이 친 할머니 품이었습니다.
“새벽 3시 반에 와서 손자가 ‘할머니 저예요’ 하고 찾아왔어요
얼마나 거꾸로 벌을 세워놓고 엉덩이를 때렸는지 지금도 허리가 아파서…“
그러나 연세가 많은 할머니는 고관절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할 뿐더러 당뇨 합병증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요. 이런 할머니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들은 주말이 되면 밭으로 향합니다. 가방을 메고 학원을 다니는 대신 양쪽 어깨엔 농약 통을 메고, 게임을 하느라 양손에 휴대전화를 드는 대신 호미와 낫을 들고 말이죠. 요즘엔 흔하다는 컴퓨터와 휴대전화조차 없어서 공중전화로 통화를 하고, 인터넷 자료를 찾기 위해 읍내 청소년센터를 가야하지만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을 해 본 적 없는 착한 아이들입니다.
“할머니가 컴퓨터 사주시면 전기세도 많이 들어가고
그래서 그냥 할머니한테 나중에 제가 돈 벌면 사겠다고 그랬어요“
하지만 어린 남매가 사는 집은 더 없이 열악합니다. 지은 지 50년도 더 된 오래된 흙집, 곳곳에 틈이 벌어진데다가 금이 간 모습입니다. 더욱이 집 밖에 위치한 재래식 변소는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은데요. 평지보다 높게 자리한 변기는 발을 헛딛는 순간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모든 게 위험천만한 일 뿐입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돌아가신 아빠의 부재를 느끼는 아이들. 학교 진로를 고민할 때도,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할머니 모습을 볼 때도 늘 하늘에 계신 아빠를 향해 기도를 올립니다. 아빠, 제발 우리를 지켜주세요. 하고 말이죠.
어려운 가정 형편에 갖고 싶은 것 보다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종식 군과 혜영 양
그리고 병원비 걱정에 다리 통증을 그저 참아내는 이판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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