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아픈 손가락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의 숨겨진 집. 꼬불꼬불 깊은 골목길을 지나면 나타나는 야트막한 집 안은 봄이 찾아온 지 한참인데도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정훈 할아버지(70세)의 보살핌을 받는 뇌병변 장애 2급의 이재숙 할머니(69세)는 그렇게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지 벌써 3년. 몸이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할머니 때문에 할아버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기만 하는데요.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할아버지도 수류탄 파편에 손발의 일부가 절단 되어 지체장애 1급의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부부에겐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세 손주들입니다.
막 중학교 3학년이 된 최현우(17세), 최현승(17세) 쌍둥이 손자들이 사춘기를 맞아 할아버지와 충돌이 잦아졌는데요. 거기다 하나뿐인 손녀딸 최현주(16세) 양도 얼마 전부터 보호치료센터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현주는 욕창을 꾸준히 닦고, 약을 발라주어 낫게 하는 등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손녀였습니다. 오물이 묻은 할머니의 기저귀도 웃으며 치워주던 다정한 손녀였지만 3년 전에 벌어진 짧은 싸움으로 날아온 소장에 답을 하지 않으면서 일이 커져버렸습니다. 이런 손주들을 생각할 때면 노부부의 눈에는 눈물만 차오를 뿐입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하나뿐인 점퍼를 돌려입으며 외출하던 손주들을 보면서도 옷 한 벌 마음대로 사줄 수 없던 노부부의 속마음엔 안타까움만 가득합니다. 여전히 집에 연탄불을 피울 정도로 봄기운 찾아볼 수 없는 집 안에서, 그저 어긋나지만 않게 손주들이 자라줬으면 하는 희망이 끝까지 꽃필 수 있을까요?
오늘도 바람 잘 날이 없는 노부부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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