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기다리는 봄날
‘형제는 하늘이 내려준 벗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렇듯 형과 동생은 피가 이어진 가족임과 동시에 특별한 친구이기도 한데요. 이번 소나무에서는 어려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형제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맨홀에 빠지면서 고관절을 크게 다쳤어요”
강원도 춘천 외곽. 강봉섭(67세, 고관절 장애) 씨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 한기에 몸을 떨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는 2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에서 문밖으로 나서기까지 꽤 큰 노력이 필요한데요. 바로 30년 전에 맨홀에 빠지면서 다친 고관절 때문입니다. 당시 자식들을 키우느라 치료는 뒷전이었던 봉섭 씨. 그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뼈가 어긋난 채 굳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남들처럼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없어서 식사할 때면 어김없이 무릎을 꿇어야 하고, 걸어 다니는 것마저 힘겨워 자꾸만 절룩이게 되는데요. 이렇듯 불편한 생활을 하는 봉섭 씨지만, 그의 곁엔 형이 있어서 그나마 외로움이 덜합니다.
“지붕을 고치다가 떨어졌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했어요”
봉섭 씨의 형 강용섭(72세, 척추후만증) 씨는 지척에 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도로공사 일을 다니며 외롭게 타지에서 생활해 온 그는 10년 전 동생이 사는 집 옆으로 이사 왔습니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옮기고 지붕을 수리하던 중, 옥상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골절된 허리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해서 동생 못지않게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걷는 게 힘들다는 용섭 씨.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형제에게 나날이 느는 건 무거운 한숨뿐입니다.
“바깥보다 방 안이 추워요”
6평짜리 컨테이너 집에 사는 형과 낡고 오래된 흙집에서 지내는 동생. 그만큼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매우 열악합니다. 용섭 씨가 쓰는 욕실은 연탄 보일러실을 겸하고 있고, 봉섭 씨는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봄에도 겨울옷을 껴입은 채 전기장판 하나로 버텨야 합니다. 더군다나 제대로 된 끼니조차 챙길 수 없어서 형제는 늘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합니다. 설상가상 동생 봉섭 씨는 병원 검진 결과 하루빨리 고관절을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까지 받았는데요. 하지만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수술비 마련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용섭 씨는 젊어서 도로공사 일을 했고, 봉섭 씨도 40년가량 목수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난로와 싱크대 선반 등 집안 살림마다 두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습니다. 하지만 형제는 머지않아 정든 이 집을 떠나야 합니다. 이들이 사는 집의 땅 주인으로부터 이사 통보를 받은 겁니다.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인 형 용섭 씨는 토지주택공사에서 마련해준 임대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는데요. 하지만 이사비용이 없어서 고민이 많습니다. 또 앞으로의 여생은 동생과 함께 살고 싶지만 이조차 기약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아무리 길고 춥더라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처럼, 형제가 기다리는 봄날은 더 이상 시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