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수호천사 영철이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아픈 부모님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착한 아들이 있습니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모야모야병을 앓는 엄마, 언제 쓰러지실지 모르는 부모님의 곁을 늘 지키고 있는데요. 하고픈 게 참 많은 열여섯 소년이지만,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의 든든한 수호천사, 노영철 군의 이야기입니다.
“뇌졸중 때문에 편마비가 와서 이동, 목욕, 식사, 전부 영철이가 도와줘요.
보일러 기름이 떨어지면 저는 주전자로 물을 데워서 씻겨주고,
영철이는 찬물에 씻고 나와요. 그럴 때 아버지로서 되게 미안하죠...”
쌀쌀한 산바람이 부는 아침, 영철이(15)는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 한달음에 달려옵니다. 뒤에서 아버지를 번쩍 안아 화장실까지 이동하는데요. 아버지 철민(54) 씨는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거동이 불편해졌습니다. 지척에 있는 화장실에 갈 때도 꼭 영철이를 불러야 하는데요. 두 달 전에 철민 씨가 집안에서 혼자 걷다 넘어져 발목이 부러진 뒤로, 영철이는 불안한 마음에 항상 아버지 옆을 지킵니다. 8년 전부터 당뇨를 앓은 철민 씨는 몸 이곳저곳 성한 데가 없습니다. 왼쪽 편마비가 온 아버지 대신 매일 아침 인슐린 주사를 놔주는 영철이. 그뿐만 아니라 익숙한 솜씨로 누룽지도 끓이는데요. 치아가 부러지고 빠져 웬만한 음식은 씹을 수 없는 철민 씨. 손이 떨려 숟가락을 들기 어려운 아버지를 위해 뜨거운 김을 호호 불어 일일이 떠먹여 드립니다. 목수였던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낡은 집안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말았는데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은 몇 달씩 밀려 독촉장이 날아오고, 겨울철엔 난방비가 제일 걱정입니다. 낡고 허름한 집안 곳곳엔 곰팡이가 잔뜩 피었는데요. 평소에 아버지 목욕까지 자처하는 영철이. 보일러 기름이 떨어지면 아버지는 주전자로 물을 데워 씻겨드리고, 정작 자신은 찬물로 씻는다는데요. 한겨울에도 찬물로 씻는 아들을 생각하면, 철민 씨는 아버지로서 미안하고 서럽습니다.
“모야모야병으로 손이 불편한 저 대신 영철이가 아버지 식사를 챙겨요.
어린 나이에 분명 힘들 텐데 표현을 안 하니까 속상해요...”
영철이가 돌봐야 할 사람은 아버지뿐만이 아닙니다. 엄마 미라(49) 씨는 20년 가까이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데요.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젊을 적 자주 쓰러졌던 미라 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편마비를 얻었습니다. 게다가 중증 지적장애를 가져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는데요. 집안일과 장보기 역시 영철이 담당입니다. 추운 날씨에 길을 나서는 영철이. 차비를 아끼려고 먼 시장까지 꼬박 1시간을 걸어 다니곤 한다는데요.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꾹 참고 모은 돈으로 고등어 2마리를 삽니다. 맛있게 드실 부모님을 생각하며 피곤한 발걸음을 떼는데요. 가로등도 거의 없는 깜깜한 시골길, 문 앞까지 나온 엄마가 영철이를 맞이합니다. 차가운 손을 잡으니, 고생했을 아들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요. 손이 떨려 칼질 같은 섬세한 동작이 어려운 엄마를 대신해, 오늘도 주방에 선 영철이. 고등어를 구워 아버지의 밥상을 정성껏 차려드립니다. 분명 힘들 텐데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미라 씨는 가슴이 찢어집니다. 더듬더듬,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보는데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은 괜찮다며 엄마의 눈물을 다정하게 닦아줍니다.
“엄마 아빠가 언제 쓰러지실지 몰라서, 고등학교 기숙사를 포기했어요.
저에게 부모님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존재예요.”
아직 돌봄이 필요한 어린 아들에게 되레 도움을 받는 게 미안한 철민 씨와 미라 씨. 조금이라도 아들의 짐을 덜고 싶어 재활운동에 힘써보는데요. 행여 넘어질까 봐 뒤에서 붙들어주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엄마 아빠는 하루빨리 일어나 걷고 싶습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영철이. 읍내에 있는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 기숙사를 고민했지만, 아픈 부모님을 혼자 둘 수 없어 포기했는데요. 그런 영철이의 꿈은 아버지를 닮은 건실한 목수가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고친 집처럼, 부모님의 건강도 튼튼하게 고쳐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때까지 영철이는 엄마 아빠의 든든한 수호천사가 되어드리려 합니다.
아픈 부모님의 곁을 떠날 수 없는 영철이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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