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살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단장지애’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은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과 같다는 뜻인데요. 여기, 자녀를 두 차례 앞서 보내고 아픈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번 소나무에서는 마음 가득 슬픔을 안고 있지만, 그저 아들이 살아있는 것에 행복하다며 미소를 잃지 않는 한월 씨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강원도 영월군의 낡은 주택. 이곳에는 움직이기 힘든 팔다리를 이끌고 투병 중인 아들을 돌보는 여든 살 어머니가 있습니다. 바로 전한월(84, 천식, 황반변성) 씨인데요. 한월 씨는 노화로 인해 고혈압과 천식을 앓고 있는데, 2년 전 아들의 수발을 들던 중 넘어지는 바람에 팔을 다쳐 왼쪽 손마저 사용하지 못합니다. 조금만 사용해도 팔이 저리고 터질 것같이 아프다는 한월 씨. 작년 5월에 수술한 무릎도 여전히 삐걱대지만, 아픈 자녀를 생각하면 쉴 수 없습니다.
“어머니한테 늘 고맙고 죄송해요. 제가 몸이 안 좋으니까요….”
아들 김연수(58, 만성 신부전, 추간판장애) 씨는 이른 새벽부터 병원으로 향합니다. 3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혈액 투석을 받기 위해선데요. 그도 처음부터 몸이 불편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과거 전기기사 일부터 식료품점 운영까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연수 씨. 초반에는 그저 콩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갑작스럽게 몸 상태가 무너지면서 만성 신부전을 진단받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년 전 수술한 허리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현재는 거동조차 어려운데요. 잠시 일어나는 것마저 크나큰 고통을 동반해 식사도, 양치도 모두 누워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어머니 한월 씨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아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은 물론이요, 추위를 많이 타는 그를 위해 연탄을 직접 가는데요. 통증 탓에 벅찬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아들을 향한 애정만으로 묵묵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흙으로 쌓은 집인데, 도지세를 주고 살았어요. 집도 없이 살았죠.”
모자가 살고 있는 주택은 지은 지 50년이 넘어가는 흙벽돌집입니다. 남편의 손때가 묻은 소중한 보금자리이지만, 오래된 만큼 곳곳이 깨지고 무너져있는데요. 군청에서 지원을 받아 싱크대를 설치하고 수리했지만 여전히 낡고 열악한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방문의 높이도 낮아 상체를 굽히고 지나다녀야 해서 모자에겐 특히나 고역이라는데요. 그런 두 사람을 위해 앞집에 사는 딸 김명순(61, 중증 지적장애) 씨가 찾아와 집안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연로한 어머니와 아픈 동생을 생각하면 늘 걱정이 앞선다는 명순 씨. 서로를 향한 염려가 배려가 되어 이들을 버티게 해줍니다.
“계속 기도했어요. 내가 아파도 괜찮으니 아들 낫게 해달라고요.”
자신이 불편하고 힘들어도 상관없으니, 아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어머니. 한월 씨가 이런 소망을 품은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그녀는 열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 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는데요. 슬하에 네 명의 남매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걱정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은 불시에 찾아오기 마련이지요. 한월 씨는 채 환갑이 되기도 전에 간경화로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더군다나 뇌출혈과 간암으로 작은아들과 큰딸마저 앞세웠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한월 씨는 남은 자녀에 대한 근심으로 부쩍 잠 못 드는 날이 늘었습니다. 가족들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만큼, 아픈 아들에 대한 두려움을 쉬이 떨쳐낼 수 없는 것이겠지요. 한월 씨가 바라는 가족들의 안녕이 부디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신장병과 추간판장애로 인해 움직일 수 없는 아들과
하루하루 간절히 기도하는 여든 살 노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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