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
세상에서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내리사랑’이라고 하죠. 이렇듯 부모의 사랑은 자신이 가진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고, 힘겨운 일에도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용기마저 생기게 하는데요. 이번 소나무에서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딸을 애정과 헌신으로 돌보는 아버지 수택 씨를 만나봅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단둘이 남게 된 부녀”
대구광역시 군위군에 있는 낡은 주택에는 아버지 왕수택(63, 협착증, 협심증, 우울증, 공황장애) 씨가 딸 왕지미(39, 다운증후군, 중증 지적장애) 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연일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름값 걱정 때문에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부녀. 집안 곳곳엔 훈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냉기 때문에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돕니다. 그런데 부녀가 사는 집과 주방을 자세히 살펴보니 커다란 화구와 대용량 냄비, 그리고 식당에서나 쓸 법한 플라스틱 그릇이 여러 개 눈에 띕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과거에 아버지 수택 씨가 운영하던 중국집이었는데요. 하지만 10년 전 아내가 자리보전하면서 인건비 때문에 중국집 운영을 그만둔 수택 씨. 그 후 공사장에서 막노동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지만, 2년 전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 딸내미 안 보고 싶나?”
아내의 죽음 이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괴로운 시간을 보낸 수택 씨. 하지만 자신만을 의지하는 딸을 보고 힘겨운 몸을 일으켜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돌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딸 지미 씨는 욕실 출입은 물론 변기에 올라가는 것조차 무서워해서 그녀 스스로 정해 놓은 용변 통에 볼일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용변 통은 일반인들이 쓰는 휴지통인 데다가 방에 두어야 해서, 하루에도 수차례 냄새 때문에 통을 비우고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딸이 욕실에 들어서는 걸 무서워해서 늘 욕실 문 앞에서 불편한 자세로 씻겨야 하는데요. 이 모든 것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다는 수택 씨. 하지만 딸이 엄마를 보고 싶어 할 때는 그 역시 견디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요즘 들어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면서 “엄마 보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지미 씨. 그런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옆에서 힘겹게 울음을 삼키는 수택 씬데요. 세월이 흐르면 그리움이 옅어질 줄 알았지만, 떠난 사람을 향한 보고 싶은 마음만큼은 부녀의 가슴에 여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딸이 안 아프고 저도 건강해서 같이 오래 사는 거, 그게 소원이에요”
요즘 아버지 수택 씨에겐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건 몇 달째 내지 못하는 월세도 아니고, 자신의 건강 문제도 아닙니다. 그의 근심은 이 세상에 혼자 남게 될 딸을 향해 있는데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게 될 지미 씨. 그래서 그는 딸과 함께 사는 현재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딸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진 아버지이지만, 딸을 위해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화교 3세인 수택 씨는 한글 받침을 쓰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한국어 시험을 보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 딸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비록 오늘은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런데도 내일을 꿈꾼다는 아버지 수택 씨. 그는 믿고 있습니다. 시린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은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요.
다운증후군과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아버지.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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