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아빠의 희망
경기도 남양주시, 23년간 아들을 위해 헌신한 아빠가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아들은 아빠의 품 안에서 어느덧 20대 청년이 되었는데요. 방전된 몸으로 아들을 홀로 간병하는 게 때로는 벅차지만, 아빠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흔들림 없이 평생 아들의 곁을 지켜주고 싶은 장형섭 씨의 이야기입니다.
“딱 100일만, 1년만 더... 아이랑 같이 지내는 게 소원이었어요.
아들과 처음 만났을 때, 걱정보다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좋았어요.”
형섭(57) 씨는 아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가래와 체온을 체크하고, 폐에 가스가 찼는지 청진기로 확인도 합니다. 태반이 빨리 떨어지고 해마가 손상되어 응급 분만으로 세상에 나온 석범이(23). 호흡이 거의 없어 태어나자마자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는데요. 가망이 없다는 말에도 형섭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딱 100일만, 1년만 더 살았으면 했던 석범이는 형섭 씨의 품 안에서 어느새 스물셋 청년이 되었습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 아이를 기적적으로 길러낸 그를 보고 의료진도 경이로워했을 정도인데요. 아빠의 손으로 안고 키워보는 게 오랜 바람이었던 형섭 씨. 드디어 10여 년 전부터는 집에서 간병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키 145cm에 32kg. 훌쩍 커버린 아들을 목욕 침대로 옮기는 것부터도 쉬운 일이 아닌데요. 차가운 걸 싫어하는 석범이를 위해 물 온도에 신경 쓰고, 직접 머리도 깎아줍니다. 1시간에 걸친 목욕을 마치면 형섭 씨는 숨이 가빠옵니다. 아들과 처음 마주했을 때도, 막막함보다는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좋았었다고 말하는 형섭 씨. 살과 살을 맞댈 때 편안해하는 석범이 얼굴을 보면, 아빠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 삶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당뇨, 심근경색, 뇌경색, 공황장애...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혼자 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육체가 무너지니까 정신도 무너지더라고요.”
언제나 슈퍼맨처럼 굳건할 줄 알았건만, 23년째 밤낮 바뀐 생활을 하다 보니 형섭 씨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는데요.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해 혈당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뇌경색으로 인한 손 떨림 증세도 느낍니다. 4년 전,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수술을 한 뒤로는 조금만 무리해도 숨이 가쁘고 가슴 통증이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자신이 언제 잘못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두렵다는데요. 아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못한 형섭 씨. 그가 바라는 건 단 2시간의 활동 지원 시간 연장입니다. 시간을 더 받으려면 비용을 내거나 일을 해야 한다는데, 수급비만으로는 빠듯한 형편인 데다 석범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형섭 씨는 이제 체력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합니다. 강한 정신력도 무너진 육체 앞에선 속수무책이 되었는데요. 그렇지만 석범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석범이가 보여준 평화로운 표정을 선물처럼 여기며, 아빠는 다시 힘을 내봅니다.
“꿈에서 처음으로 ‘아빠’ 소리를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늘 곁에 있는 아빠,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형섭 씨는 석범이에게 가장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주고자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뇌전증 증세로 고개가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 맞춤형 베개도 만드는데요. 아빠의 극진한 정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는 욕창도 하루 6시간씩 3개월간 안고 주물러서 말끔히 치료했는데요. 진득하게 교감을 나눈 덕에, 이제는 표정만 봐도 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아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요. 꿈속에서 아들이 처음 “아빠”라고 부른 날, 형섭 씨는 잠에서 깨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조금만 더 잘걸, 아무리 꿈이라도 아들의 목소리를 더 듣지 못한 게 사무치게 슬펐다는 형섭 씨. 아들이 건강해져서 못다 한 말들을 마저 들려줄 때까지, 형섭 씨는 아들의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존재만으로 기적인 석범이에게, 아빠는 지극한 사랑을 힘껏 안겨주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아빠와 기적으로 숨 쉬는 아들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