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모녀의 시린 겨울나기
이른 아침, 이수영(32) 씨는 분주하게 씻을 물을 데웁니다. 보일러가 고장 나 따뜻한 물이 안 나오기 때문인데요. 지적장애를 가진 수영 씨에게 보일러 수리처럼 복잡한 일은 혼자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영 씨는 엄마 최간란(68) 씨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요. 엄마 역시 중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4년 전 얼음판에 미끄러져 고관절 수술을 한 뒤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엄마 걱정에 수영 씨는 늘 애가 탑니다.
“겨울에 추워서 씻지를 못하니까 그게 제일 불편한 것 같아요”
산골 마을에 위치한 수영 씨네 집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흙집이라 쥐와 벌레가 출몰하는 것은 물론 단열이 안 돼 춥기까지 합니다. 수영 씨가 다니는 복지관과 면사무소에서 조금씩 도움을 주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특히 열악한 곳은 화장실인데요. 집 밖에 있는 데다 온수도 나오지 않고 추워서 씻는 것을 건너뛰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그렇기에 거동이 불편한 엄마 간란 씨에게 씻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일인데요. 딸 수영 씨가 옆에서 도와주지만, 앉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버거운 엄마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만 갑니다.
”돈도 모자라고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요“
복지관에서 자립 교육을 받으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수영 씨. 엄마를 돌보며 생계를 책임질 집안의 가장인데요. 얼마 전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데요. 미소 짓는 수영 씨, 앞니 하나가 비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당뇨 합병증으로 치아와 잇몸이 많이 상한 상태인데요. 엄마 역시 남아 있는 치아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비 걱정에 치과 가길 망설입니다.
“아빠도 안 계시고 제가 엄마 옆에 있어야 하니까요”
모녀의 바람은 오로지 건강입니다. 특히 수영 씨는 엄마 곁엔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는데요. 아픈 엄마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 의사에게 상태를 설명하지 못해 그냥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수영 씨는 그런 자신이 답답하기만 한데요. 큰 산처럼 느껴졌던 엄마가 이제는 내가 돌봐야 할 아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련에도 씩씩하게 엄마를 보살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수영 씨인데요. 시린 바람에도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안아주는 붕어빵 모녀. 어서 따듯한 봄이 오길 바라는 모녀의 사연이 소개됩니다.
둘뿐인 세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기대 살아가는 엄마와 딸.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소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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