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아들, 내가 눈감는 날까지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30년이 넘도록, 발달성 장애를 앓는 아들을 묵묵히 지켜온 부부가 있습니다. 엄마는 최근 뇌에 이상이 생겼는데요. 아빠 역시 아픈 무릎과 심근경색을 버티며 가족을 지키고 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외동아들을 지키는 이연희 씨와 이건용 씨의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자폐라고 하더라고요. 병명이 자기 문을 폐쇄한대서 자폐인데요.
부모로서 더 진행되지 못하게 만들어 보려고 해서 지금까지 온 겁니다..”
이른 아침, 엄마 연희(59) 씨와 아빠 건용(65) 씨는 외동아들 윤성(33) 씨와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눈 뜨자마자 아들 면도부터 챙기는 건용 씨. 한 번도 거른 적 없다는데요. 면도를 끝내고 어려운 양치까지 마친 뒤 화장실로 향합니다. 침상 목욕 때문인데요. 건용 씨는 직접 수건에 물을 적셔 정성껏 윤성 씨의 몸을 닦아줍니다. 윤성 씨는 태어날 땐 건강했지만, 이후 경기를 일으키는 일이 잦았습니다. 건용 씨는 서울에서 일하던 것도 그만두고 아들을 데리고 내려왔는데요. 그렇게 33년이 흘렀습니다. 윤성 씨는 12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됐습니다. 걷지도 못하고 누워 지낸 생활은 10년이 넘었는데요. 꼭 100일 된 갓난아기 같은 윤성 님은 항상 기저귀를 차고 있습니다. 작년 8월부터 가래가 많이 껴서 목을 절개, 목관을 삽입해 호흡하고 있는데요. 식사는 배를 뚫어 위루관으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까지는 나름 잘 먹었다는 윤성 씨. 남들 먹는 거의 반밖에 못 먹었지만, 아들 인생에서는 전성기였다는 연희 씨. 어릴 때는 윤성 씨가 소통이 안 돼도 직접 손을 끌고 잡아당기는 식으로 의사를 표현했었는데요. 특히 건용 씨는 윤성 씨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보면 옆에 서서 잡아당겼다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작년만 해도 어지간하면 버텼는데 올해는 몸이 얼마나 피곤한지
또 아들까지 아프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죠..”
아들을 돌본 뒤 바로 출근 준비하는 건용 씨. 무거운 예초기와 각종 짐을 트럭에 싣고 출발하는데요. 건용 씨는 전부터 산림 작업을 해왔습니다. 험한 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 위를 올라가면 외딴 산자락에 도착합니다. 더운 날씨에 벌의 위협까지 쉽지 않은 일인데요. 평소에는 새벽 5시에 작업장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주변인의 말처럼, 건용 씨는 항상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들을 돌보고 묵묵히 산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건용 씨는 이제 일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는데요. 양쪽 연골이 다 아픈 건용 씨는 50대에 오른쪽 관절 연골이 찢어졌습니다. 게다가 몇 년 전 갑자기 목이 콱 조이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는데요. 결국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혈관에 스텐트를 6개 박았습니다. 춥고 더울 때 제일 위험하지만, 건용 씨는 가족을 위해 이 일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 시각, 라면으로 늦은 아침 식사를 때우는 연희 씨. 라면 면발이 퉁퉁 불어도 연희 씨는 수시로 윤성 씨에게 가서 상태를 확인합니다. 겨우 식사를 끝내고 이번엔 천과 바늘을 꺼내는데요. 아들을 위해 직접 천 기저귀를 꿰매 쓴다는 연희 씨. 목띠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들의 목이 빨개져 직접 스펀지를 떼고 손수건으로 직접 꿰맨다고 합니다. 연희 씨의 허리는 20년 넘게 아파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이 느껴지는데요. 전체적으로 몸과 관절이 아프지만 진통제로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4월 말에는 치매 초기와 뇌 질환 그 경계선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더뎌도 걸을 수 있었다는 윤성 씨. 하지만 지금은 도움 없이는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는데요. 남들에 비해 가녀린 아들의 몸도 연희 씨에게는 버거워, 남편이 없으면 들 수 없다고 합니다.
“하루라도 먼저 아들이 세상을 떠나면 정리해 주고
그다음에 우리가 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그날 오후, 집에 도착한 건용 씨는 면도기를 듭니다. 한 번 면도하면 지저분하게 돼서 아침저녁 살짝살짝 깎아준다는 건용 씨. 목관 한 부분에 자꾸 걸려 붙는 거즈 실밥도 조심스럽게 떼어줍니다. 아빠를 보고 눈빛으로 웃는 윤성 씨. 건용 씨는 아들에게 못 해줬던 것만 자꾸만 생각나는데요. 윤성 씨가 약 7살인 시절, 방안에 돌아다니던 때였습니다. 아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줄 알고 가시 돋은 말을 내뱉었다는 건용 씨. 윤성 씨는 그 자리에 앉아서 소리 내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건용 씨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데요. 항상 예쁘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미운 소리하면 알아듣고, 칭찬하면 항상 웃고 좋아한다는 윤성 씨. 그리고 이따금 새벽에 자다가 보면 혼자 눈물을 흘리며 운다는 윤성 씨. 건용 씨는 아들이 자기 딴에 아픈 거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며칠 뒤, 윤성 씨의 목욕을 준비하는 부부. 목욕하기 전엔 이발도 같이 해준다는데요. 17년 전부터 손수 아들의 머리를 깎아줬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아들을 씻기는 부부. 윤성 씨의 상태가 나빠진 이후, 처음에는 목욕이 2시간이나 걸렸다는데요. 이제는 서로 도와가며 익숙하게 해냅니다. 30분 만에 목욕을 마치고 아들을 침대에 눕히는 건용 씨. 로션을 발라주며 아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건용 씨와 연희 씨. 부부는 아들이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아주 좋은 집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사는 그날까지 아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데요. 혹여나 아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나하나 정성으로 돌보는 엄마 연희 씨. 아들이 잘못되지 않게 죽을 때까지 데리고 있겠노라 결심하고 키워왔다는 건용 씨. 끝까지 아들을 돌보고 싶은 부부의 마음처럼, 그 간절함이 이 가족에게 기적으로 찾아올 수 있을까요?
아들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부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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