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포기하지 않을게
서울특별시 강북구, 23년의 재활, 70여 곡의 노래.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을 다잡으며 아이들을 돌보는 한 엄마가 있습니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남편은 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중증 지체장애와 중증 뇌 병변을 앓는 아들 그리고 중증 지적장애와 뇌전증을 앓는 딸을 돌보는 이정례 씨의 이야기입니다.
“승현이가 힘들어하는 거 보면 마음이 아프죠. 그런데 엄마로서는
이렇게 운동해야만 승현이가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엄마니까 버티고 하는 거죠..”
무더운 아침, 정례(53) 씨는 아들 승현(22)이를 데리고 학교 주변을 한 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재활 운동을 위해서인데요. 중증 지체장애와 중증 뇌 병변을 앓는 승현이는 손발이 말려있습니다. 왼쪽이 전체적으로 많이 당기는데요. 재활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짧아지고 굳기 때문에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 운동시켜야 합니다. 승현이 혼자서는 흔들려서 중심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수건과 복대로 고정해 걸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이면 15분에 갈 거리지만, 승현이는 한 시간이 걸리는데요. 정례 씨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함께 걷고 있습니다. 운동 실조에 균형 잡기가 제일 힘들어서 몸이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된다는 승현이. 정례 씨는 승현이의 일상생활을 좀 더 낫게 해주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재활 운동을 돕습니다. 승현이는 아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거의 20년 넘게 받았는데요. 현재는 전문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어 과거 물리치료 선생님이 했던 재활방법을 보고 따라 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직접 재활치료사가 되어준 건데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부터 위독했고, 장에 창공이 생겨 괴사성 장염이 생겼던 승현이. 하지만 살려는 의지가 너무 강했던 승현이는 어느덧 22살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썼던 모래주머니가 낡고 헤져 모래가 계속 새는 것처럼, 둘의 재활은 긴 세월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래도 정례 씨는 모래주머니를 계속 꿰매며, 아들의 재활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신실이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끼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죽는다고 그랬거든요.
일어났을 때 반응이 아기 같았어요. 경기를 할 때 기억력이 다 없어진 거예요..”
첫째 신실(28) 씨는 약 20년 전, 7살에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병원에서도 다 포기할 정도로 원인도 병명도 없었는데요. 하지만 기적적으로 깨어났을 때 반응은 아기 같았다고 합니다. 뇌전증으로 경기를 일으킬 때 기억력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요. 일반실로 옮겼지만, 경기가 멈추지 않아 그때부터 계속 약을 먹어야 한다는 신실 씨. 밝은 아침, 졸린 눈을 겨우 뜨며 뇌전증 약을 먹습니다. 먹는 약의 종류만 4가지, 1년에 드는 약값만 천만 원이라는데요. 최근에도 이유 없이 쓰러져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고 합니다. 평소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겁내는 딸을 위해 정례 씨가 생각한 방법은 바로 노래인데요.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게 서툰 신실 씨를 위해 정례 씨는 직접 큰 전지에 가사를 써줍니다. 그리고 옆에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한 구절 한 구절 습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신실 씨는 글씨와 음을 딱 알지 못해서 가사를 계속 반복해야 하는데요. 1년 동안 정례 씨가 알려준 곡만 70개. 어릴 때 아픈 기억이 있는 신실 씨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노래를 연습합니다. 정례 씨는 신실 씨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공부시켰다고 하는데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싶었던 정례 씨. 사랑은 그저 주는 거니까 슬퍼도 행복하다는 가사처럼 신실 씨에 대한 정례 씨의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식이니까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평생 해주고 싶어요.
자식이니까 포기할 수는 없는 거죠..“
같은 시각, 아빠 윤영(51) 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건축 자재 납품일을 하고 있습니다. 땀으로 샤워하듯, 무더운 태양 아래 무거운 자재를 들고 옮기는데요. 윤영 씨의 무릎에는 무릎보호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윤영 씨는 과거 오랜 시간, 생계를 위해 쌀을 나르는 일을 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을 쌀을 4포씩 매고 계속 올라가야 했던 윤영 씨는 결국 무리가 왔는데요. 윤영 씨의 무릎은 연골이 다 닳아서 걷다가 순간적으로 시큰할 때가 있다는데요. 퇴행성 관절염은 물론, 목 디스크와 허리디스크로 통증이 매일 느껴집니다. 일을 그만두고도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함뿐이라고 합니다. 윤영 씨는 승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이 싹 가는데요. 윤영 씨에게는 소원이 있습니다. 꿈에서는 들었지만 실제로는 듣지 못해 꼭 듣고 싶다는 말, 아빠. 승현이에게 아빠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다시 재활운동할 채비하는 정례 씨. 승현이를 붙잡고 조심히 계단을 내려와 바깥으로 나가는 정례 씨는, 본인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평생 재활을 도와주고 싶다고 합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아이들을 붙들어 온 정례 씨, 엄마의 헌신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승현이와 신실 씨, 언제나 가족을 생각하며 염려하는 윤영 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처럼, 이 가족에게도 따뜻한 희망이 전해질 수 있을까요?
서로를 붙들며 일으키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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