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의 힘겨운 오르막길
서울특별시, 같은 날 태어났지만, 얼굴뿐 아니라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를 키우는 한 엄마가 있습니다. 뇌출혈로 저산소성 뇌 손상을 진단받은 첫째 딸, 아직은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둘째 딸 그리고 홀로 쌍둥이를 돌보는 조민희 씨의 이야기입니다.
“하은이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이라고
뇌에 산소가 공급이 안 돼서 머리를 많이 다친 상태예요..”
민희(32) 씨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쌍둥이 자매가 있습니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 중 첫째 하은(3) 그리고 둘째 지은(3)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민희 씨는 보통의 엄마들보다 스무 배는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첫째인 하은이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뇌에 산소가 공급이 안 돼서 머리를 많이 다친 상태입니다. 여러 번의 뇌출혈이 있었는데요. 외부 자극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은이는 배에 뚫은 위루관으로 식사와 약을 공급받는데요. 음식물을 입으로 삼킬 경우 잘못하면 기도로 넘어가면서 폐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은이는 뇌의 95%가 손상되었고 현재도 회복이 안 된 상태입니다. 뇌 손상 후유증으로 잠도 쉽게 들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하은이는 뇌출혈로 망막 출혈이 함께 일어나 흉터가 양쪽 동공 중간에 생겼습니다. 초점 맞추기와 눈 맞춤이 안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리가 강직이 심해 고관절도 탈구가 많이 진행된 상태고 척추측만증도 와 있다고 합니다. 하은이를 진료한 대학병원 교수들은 하은이가 평생 침상 생활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병원비랑 생활비로 나가는 금액만 거의 300만 원 가까이 돼요.
그런데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봐줄 사람도 없으니까..”
둘째 딸 지은이는 성격도 좋고 애교도 많습니다. 무럭무럭 잘 자라 귀여운 꼬마 아이가 되었는데요. 벌써 철이 들긴 했지만, 아직은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쌍둥이 자매에겐 아빠의 자리가 부재로 남아 있습니다. 민희 씨는 남편과 결혼했지만, 상처가 가득한 기억뿐입니다. 결국 홀로 쌍둥이를 지키기 위해 굳은 선택을 해야 했는데요. 하지만 장애와 비장애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은 몸도 마음도 힘든 일입니다. 엄마와 쌍둥이는 준비를 마친 후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어린이집에 갑니다. 서울에는 장애 아이들만 받아주는 어린이집의 수가 적기 때문에 먼 거리를 다녀야 합니다. 하은이를 보내고 엄마와 지은이는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데요. 하은이가 아파서 함께 놀지 못하는 모습을 안쓰러워하는 주변의 모습이 떠올라 엄마의 마음은 괜히 시큰거립니다. 한 시간 뒤, 하은이를 다시 데리고 지은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민희 씨의 어깨에는 하은이의 병원 짐이 한가득인데요. 하은이는 어린이 재활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유일한 희망이 재활 치료뿐이라 더욱 무리해서 하은이의 재활을 돕는 건데요. 걷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혼자 고개만 가눌 수 있어도 감사할 것 같다는 마음입니다.
“하은아 지은아 엄마가 건강 관리 잘해서 오래오래 평생 너희를 지켜줄게..”
그날 오후, 쌍둥이를 데리고 20분째 걷는 민희 씨. 사회사업기관에서 지원해 주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서인데요. 하루 중에 이 시간이 제일 힘들 정도로 힘이 들고 다리가 아프지만, 형편을 생각해서 꾹 참습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 민희 씨는 어린 지은이와 함께 힘겹게 유모차를 끌며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하은이의 무게와 여러 가지 짐, 유모차까지 민희 씨는 숨이 턱턱 막히는데요. 그래도 지은이는 짜증 한 번 안 내고 엄마 손 대신 유모차를 잡고 함께 오릅니다. 늦은 밤이 되었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는 민희 씨. 일자리 걱정 때문인데요. 마이너스 수입에 병원비와 생활비로 나가는 금액만 거의 300만 원.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만, 아픈 하은이와 어린 지은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쉽게 도전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막막한 미래지만, 민희 씨는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바라는데요. 집에서 잘 준비하는 가족. 하은이가 배고프고 힘들다는 표현을 울음소리로 대신하는데요. 최근 들어 어깨와 허리 통증, 고관절 통증까지 몸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민희 씨. 하은이를 목욕시킬 때도 신생아처럼 자세를 잡고 해줘야 해서 딸이 점점 커질수록 힘이 듭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가파른 오르막길도 기꺼이 오를 수 있는 민희 씨. 이 젊은 엄마의 청춘은 쌍둥이 자매를 위해 보내고 있습니다. 평생 누워 지내야 한다는 하은이와 일찍 철이 들었지만, 엄마가 필요한 지은이. 이 가족이 오르는 오르막길 끝에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힘든 오르막길을 함께 올라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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