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하준이의 울타리, 증조할머니
‘앞가림’의 사전적 의미는 제 앞에 닥친 일을 자신의 힘으로 해내는 걸 말합니다. 여기, 세 살 된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곁에서 살고 싶다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 나이가 되면 아이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인데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증손자가 말이 느린데, 내가 데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경기도 부천시. 일흔이 넘은 증조할머니 금녀 씨(73. 허리 협착, 무형성 빈혈, 우울증, 고지혈증)와 이제 겨우 세 살인 증손자 하준이(3)가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2년 전, 손자 부부가 헤어지면서 한 살 된 하준이를 맡긴 건데요. 그런데 사실 손자 역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금녀 씨 손에서 자란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의 부재를 증손자에게까지 대물림하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는 증조할머니. 그리고 유독 하준이가 아픈 손가락인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또래 아이들보다 유독 말이 느리기 때문입니다. 올해 세 살인 하준이는 문장으로 된 대화를 구사하지 못하고, 발음도 부정확한데요. 증조할머니가 종일 일을 하느라 못 챙겨줘서 그런 건 아닌지, 스스로를 자책하는 금녀 씨입니다.
“내가 죽으면 증손자는 누가 지켜줄지 몰라 걱정이에요. ”
매일 아파트 청소로 생계를 이어가는 증조할머니. 아이는 하루하루 부쩍 자라지만 이에 비해 증조할머니의 건강도 빠르게 쇠약해지고 있는데요. 목 디스크는 물론 허리와 무릎 통증이 심해서 통증 완화 주사를 맞아가며 그 고통을 이겨냅니다. 주사를 맞지 않으면 허리 아래로는 감각이 없어서 신발을 신었는지, 안 신었는지 모를 정도라는데요. 그런데도 힘든 몸을 이끌고 고된 청소 일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는 물론 훗날 필요할 하준이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최근 할머니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하준이의 아빠이자 손자가 몰래 금녀 씨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큰 빚을 낸 건데요. 집에 차압 딱지가 붙자 비로소 그 상황을 알게 됐다는 증조할머니.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손자를 대신해 매달 20만 원씩 20년 상환으로 갚기로 한 것도 결국은 금녀 씨였습니다.
“증손자가 앞가림할 때까지만 살고 싶어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겨질 어린 손자가 걱정돼, 금녀 씨는 잠시 잠깐 안 좋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손자와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한 건데요. 자신이 죽고 나면 하준이를 맡아서 키울 사람이 없어서, 차마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었답니다. 다행히 이웃의 신고로 두 사람은 목숨을 건졌는데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헤매던 증조할머니가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든 생각은 어린아이의 목숨을 본인이 결정하려 했다는 죄책감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후로 증조할머니는 오로지 하준이만 바라보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증조할머니 금녀 씨의 소원은 단 한 가지입니다. 증손자 하준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곁에 있고 싶다는 것. 그 나이가 되면 제 손으로 앞가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하준이의 변치 않는 수호천사가 되어 주고 싶은 증조할머니. 그 바람은 이뤄질까요?
아빠와 엄마 대신 증조할머니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하준이와
하준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 금녀 씨,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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