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작은 바다
높은 언덕 위 작은 임대아파트! 이곳에는 할머니 선자 씨(51)와 손자 바다(2) 두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자신의 곁으로 온 바다를 선자 씨는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데요. 불행한 결혼 생활과 이혼으로 힘겹게 살아온 그녀에게 바다는 선물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한 첫째 딸은 버거운 현실에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자고 했으나 바다의 웃음이 눈에 밟히던 선자 씨는 자신이 키우겠다며 쉰이 넘은 나이에 육아를 시작했는데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러운 손자이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하루 살아내는 건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월세, 공과금, 생활비 등 한 달에 나가는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선자 씨는 쉬지 않고 일했지만, 매번 변변치 않은 소득일 뿐이었는데요. 바다를 갓난아이일 때부터 키워온 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니 단기 아르바이트나 주급을 받는 일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평일에 바다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자 씨. 어렵게 구한 일마저도 바다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나와야 하기에 불안불안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바다가 행복하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강인한 선자 씨! 그녀는 오직 손자만을 위해 오늘도 살아갑니다.
“평지로 이사 가고 싶어요..”
선자 씨와 바다가 사는 집은 높은 언덕배기에 있는 작은 집입니다. 하지만 한 부모 가정에서 위탁 가정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이 집마저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인데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쪼개서 방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경제적 형편상 맞는 집은 죄다 언덕에 자리한 집들입니다. 할머니 껌딱지인 바다는 늘 할머니 옆에 붙어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어린이집 등 하원 할 때는 무조건 업어야 할 정도로 칭얼대는데요. 선자 씨는 경사가 심한 길을 늘 아기 띠를 이용해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허리가 좋지 않습니다. 또한 가파른 언덕 탓에 손자를 업고 위험천만했던 순간도 많은 터라 평지에 있는 집으로 이사 가서 마음껏 업어주고 싶지만, 녹록지 않은 형편 탓에 어려운 것인데요. 손자를 위해 더 안전하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가난한 현실이 선자 씨를
아프게 합니다.
“제 건강보다는 바다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사주는 게 중요해요”
바다가 갓난아이일 때부터 지금껏 정성으로 키워 온 선자 씨! 매일 아침 미역국을 끓여 밥을 먹이고, 집에 돌아오면 바다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준비하는데요. 막상 선자 씨는 고기는커녕 제대로 밥조차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좋지 않은 치아 탓인데요. 치아가 상해 11개밖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태까지 병원비 걱정에 아픔도 꾹 참아 왔습니다. 그동안 참기만 하고 방치해 온 탓에 치료가 시급한 상황. 선자 씨 또한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치료 비용이 어마어마하기에 엄두조차 나질 않습니다. 차라리 그 돈을 모아 바다 옷이나, 맛있는 음식 하나라도 더 사주겠다는 선자 씨. 자신의 건강은 늘 뒷전인 채로 바다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소원은 바다의 행복이에요”
할머니와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바다.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고 싶지만, 고된 일로 지친 몸과 바다를 오래 업고 걸을 수 없는 탓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는데요. 이에 선자 씨는 바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가지고 삽니다. 또한 바다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매일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이 선자 씨를 힘들게 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삶이 아무리 냉혹하고 쓰리다 해도 이대로 주저않을 수 없는 선자 씨!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웃음을 가진 손자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기 때문인데요. 항상 손자에게 바다처럼 넓은 사랑을 주고 싶은 선자 씨에게 푸르른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할머니 손에 맡겨진 바다,
그런 손자를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할머니 선자 씨,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서로의 품밖에 없는 할머니와 손자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