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그 쓸쓸함에 대하여
근데 사실 저도 혼자 밥 잘 못 먹는 것 같아요,
혼자 잠도 못 자고, 버스도 못 타고,
사실 저도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척하는 것뿐이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대사 中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극심한 외로움을 동반합니다. 나이가 들고 병까지 들게 되어 내 편인 가족 없이 홀로 사는 삶은 더 버티기 힘든 고난인데요. 오늘은 600회 특집을 맞아 외로운 고통으로 얼룩진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하루하루 외로워 미칠 것 같지만, 견디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창신동의 한 쪽방촌. 성인 한 명 눕기도 좁은 원룸에서 홀로 어려움을 견디는 한후영(69. 전이성 위암) 씨. 과거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3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암으로 일상은 이전과 180도 바뀌었습니다. 이혼 후 혼자 지내다 보니 먹는 것부터 생활하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지만 재발 된 암으로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이 버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일주일에 한 번 빨랫감을 챙겨 세탁실을 가는 일만큼은 절대 빼먹지 않습니다. 이때가 유일하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후영 씨는 아픈 몸보다 매일 좁은 방에서 홀로 맞이해야 하는 일상이 더 힘들다고 말합니다.
“올여름 다가올 장마 때문에 집이 무너질 것 같아요...”
뇌의 혈관에 이상이 생겨 인지 장애 등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박종관 씨(48, 모야모야병). 이로 인해 언어장애, 시각장애 감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강남의 한 쪽방촌에 거주 중인 종관 씨의 집이 몹시 열악하다는 것인데요. 오래되고 낡은 쪽방촌 집은 천장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집안에는 화장실조차 없어 종관 씨는 인근 공용 화장실로 먼 걸음을 해야 합니다. 기력이 없는 몸으로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여전히 버티기 힘든 현실이라고 합니다.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해결을 해나가야 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 종관 씨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80년 동안 힘들게 살았으니까 남은 제 인생에는 희망이 찾아올 거라고 믿어요”
올해 나이 여든의 장옥련 씨는 허리 협착증으로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한걸음 내딛디가 버거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매일 12시면 한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인근의 복지관으로 향해야 하는데요. 한평생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은 것은 아픈 몸과 홀로 견뎌내야 하는 외로움만 곁에 남았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적적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노력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의 온기와 관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오는 복지사가 오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반갑다는 옥련 씨. 처량하다고 생각되는 현실에도 무너지지 않고 폐병을 주우며 생활하지만 앞으로 여전히 혼자 견뎌내야 하는 하루하루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시련이 와도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지만 이제는 홀로 긴 세월을 버티며 사는 외로운 사람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아프고 힘든 상황 속에서 누군가 이들에게 건네는 손길은 큰 힘이 되길 마련인데요. 고독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희망찬 삶을 위한 많은 응원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위암 투병 중인 한후영 씨와
허물어가는 집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박종관 씨
그리고 외로운 마음에 눈물 흘리는 장옥련 씨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