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바라기 억척 엄마
안양의 한 다세대주택, 이곳엔 엄마 현숙(68) 씨와 아들 준효(43) 씨가 살고 있습니다. 준효 씨를 깨우는 것으로 시작해, 준효 씨를 재우는 것으로 하루를 끝낸다는 현숙 씨. 현숙 씨가 아들에 맞춰 하루를 살아간 지도 벌써 40년이 넘었습니다. 키도 덩치도 쑥 커버렸지만, 여전히 5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들. ‘네’ 정도의 대답 외에는 뚜렷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고, 혼자서는 걷지도 먹지도 못하는 아들이 현숙 씨는 늘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남편이 아이를 던졌어요”
꽃길만 가득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술만 먹으면 폭력을 일삼았던 남편. 주먹은 현숙 씨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향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생후 20일 무렵 경기가 시작된 준효 씨. 남편은 시끄럽다며 어린 아기를 벽에 던졌습니다. 한순간의 사고 이후 또래보다 느린 걸음을 시작한 아들. 자식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준효 씨는 중증 뇌 병변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폭력과 음주, 외도를 일삼았던 남편. 병으로 가족을 떠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 기억과 남긴 빚은 지금까지도 가족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치료를 제때 받기 힘들어요”
홀로 걸을 수 없어 누군가 손을 잡고 끌어주거나 업어줘야 한다는 준효 씨. 하루에도 몇 번씩 준효 씨를 업고 내리다 보니 현숙 씨 역시 몸이 좋지 않습니다. 협착증이 심해지며 척추가 앞으로 빠지는 ‘척추 전방 전위증’ 진단까지 받게 되었는데요. 어긋난 뼈로 인해 수시로 통증이 찾아오고, 무릎 역시 퇴행성관절염으로 좋지 않습니다. 병원에선 이러다 걸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수술을 권유했지만, 수술비용과 아들 생각에 치료만 받는 상황. 하지만 이마저도 돌발 상황이 잦은 준효 씨와 빠듯한 생활비에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혼자서 밥 먹는 법이라도 알려주고 싶어요”
여전히 남편의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첫째 아들과, 빠듯한 형편에 재활치료 한번 제대로 못 해준 둘째 아들. 현숙 씨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한데요. 점점 나빠지는 건강에도 엄마는 본인보단 자식들 걱정이 우선입니다. 박수나 ‘네’ 정도의 짧은 대답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준효 씨. 포기하지 않고 알려준 덕에 이제는 ‘머리 숙여’ ‘발 들어’와 같은 간단한 말들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현숙 씨의 다음 목표는 눈을 감기 전까지 준효 씨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가장 갖고 싶다는 세 식구. 행복하고 활기찬 크리스마스처럼, 내년에는 더욱 밝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뇌 병변 장애로 혼자선 걷지도, 먹지도 못하는 아들과
40년이 넘게 아들을 홀로 돌보는 어머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은 세 식구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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