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넷 할아버지의 시린 겨울나기
차로는 갈 수 없는 외진 산속. 공동묘지를 지나면 낡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있습니다. 비닐을 덮어 바람을 겨우 막고, 제대로 된 현관문조차 없는 집. 김삼현(84) 씨가 이곳에 산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보일러가 없어 매일 아침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고, 가스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 LPG 가스로 취사를 해결하는 할아버지. 집 밖에 위치한 재래식 화장실은 울퉁불퉁한 산길에 별다른 조명도 설치되어있지 않습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할아버지.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걱정은 점점 커져갑니다.
“원래 농막으로 사용하던 곳이었어요”
나무와 판자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집. 농막으로 사용하던 곳이라 손 볼 곳이 많았지만 삼현 씨는 편안한 노후를 보낼 생각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갈라지고 부서진 벽과 지붕. 오가며 인연이 된 등산객이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쳐 줬지만 매서운 바람을 완전히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무너진 바닥으로 아궁이 연기가 새어 들어와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결국 할아버지는 여러 겹의 이불을 깔고, 전기장판과 패딩에 의존하여 잠이 들곤 합니다.
“발에 냉기가 올라오면서 마비돼요”
4년 전, 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할아버지. 복숭아뼈 옆의 작은 새끼 뼈가 부러지며 수술을 받았는데요. 수술 이후 이상하게 혈액순환이 안 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발에서 냉기가 나오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마비가 오기도 합니다. 마비를 막기 위해선 꾸준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할아버지. 하지만 다리가 좋지 않으니 이마저도 쉽지 않은데요. 최근에는 팔도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오른손을 어깨 위로 올릴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씻기도, 생활하기도 힘든 건강 상태. 하지만 옆에서 살뜰히 챙겨줄 가족이 없기에 할아버지는 오늘도 애써 몸을 움직입니다.
“2월이면 이사를 해야 해요”
요리할 때도, 씻을 때도 제약이 많은 낡은 집. 그래도 온전한 ‘나의 집’이기에 삼현 씨는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는데요. 최근, 집을 포함한 인근 지역이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2월까지 집을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수급비만으로 생활하기에 이사 비용을 따로 모으지 못했다는 할아버지. 이런 마음도 모르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엔 다리도 좋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커져만 갑니다. 이런 화섭 씨의 소원은 그저 남들처럼 생활하며 살아가는 것. 여러 겹의 이불과 옷 속에서도 추위에 떨며 자는 잠이 아닌, 포근한 방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걱정 없이 잠에 드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을 꿈꾸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는 할아버지. 그 작은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무너지고 갈라지는 지붕과 바닥
그 사이로 들어오는 매서운 바람과 아궁이 연기
산 속 판잣집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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